어수선하다. 각종 벤처기업 관련 비리가 터지고 있는 가운데 벤처 사기단까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찰은 벤처열풍을 악용해 코스닥에 상장될 유망벤처라고 속여 600여억원을 가로챈 벤처사기단을 적발하였다. 벤처 사기단은 투자자의 모집 성과에 따라 주식을 주겠다는 다단계판매방식을 동원하여 단기간에 전국적으로 5만여명의 투자자들을 모았다. 물론 투자자들을 모으기 위해 언론도 이용했다. 모 방송사의 관련뉴스와 대표이사를 주간지의 표지인물로 내세워 이를 악용하였던 것이다. 당연히 코스닥 상장설과 벤처기업 지정업체의 선정실적을 내세웠다. 물론 시의원도 가담한 사건이다.
문제는 피해자의 대부분이 전자상거래나 컴퓨터를 모르는 컴맹주부들이라는 점이다. 쇼핑몰이나 인터넷상의 거래시스템에 대하여 전혀 지식이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엄청난 돈을 벌 것처럼 유혹했던 것이다. 당시의 벤처정책과 열풍을 고려한다고 해도 성실한 노력의 대가보다는 일확천금을 쫓는 세태의 반영과 그 결과라서 매우 씁쓸하다.
그러나 이번 벤처 사기단 사건을 통해 우리사회가 반성해야할 점은 많다. 우선 인터넷 쇼핑몰 분양대금이란 황당한 사기가 가능했던 현실적 요소다. 인터넷이 무엇인지 모른 채 벤처의 이름으로 수행했던 정책상 과오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둘째는 우리 국민들의 의식이다. 이번 사건도 이른바 ‘신드롬’으로 불려지는 특별한 현상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몰려다니는 국민적 정서가 사기행각을 가능케 하였던 것이다. 벤처든 주식이든 말 그대로 ‘묻지마’ 투자가 근절되지 않는 한 사기의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셋째, 언론의 행태다. 물론 선의로 유망벤처기업을 찾아 소개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어야 한다. 벤처의 첫째 조건 가운데 왜 CEO를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았던가를 상기할 부분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선 반성해야 할 것은 노력하지 않고 큰돈을 벌려는 우리세태다. 복권열풍이나 각종 사행적 게임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이 있는 한 형태는 바뀔지라도 사기는 지금도 어디에선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사기단과 일부 부패한 벤처인이 결국 성실한 벤처인과 벤처의 미래를 꺾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묵묵히 기술력으로 경쟁하는 진정한 벤처를 위해서도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일확천금의 꿈과 벤처사기단
입력 2002-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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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0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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