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상류 경기도 연천지역에 또다시 물소동이 일어났다. 8일 군사분계선에서 6㎞ 하류에 있는 연천군 군남면 선곡리 연천취수장의 수심이 2.0m를 유지하다가 수위가 눈에 띄게 줄기 시작해 1.7m까지 떨어진 것이다. 다급해진 연천군은 취수장을 정상가동하기 위해 위험 수위인 1.6m에 도달하는 즉시 취수용 임시물막이보를 취수장 아래쪽에 설치키로 하는 등 부산을 떨었지만 수위는 다시 올라가 현재 2.0m를 유지하고 있다.
연천군에서 때아닌 물비상이 일어난 원인은 북한이 임진강 상류 북방한계선 부근에 건설한 '4월5일 댐'의 방류를 중단했기때문으로 보는 관측이 현재로선 유력하다. 북측은 지난해 10월 느닷없이 댐을 방류함으로써 남쪽의 어선 어구 어망이 대량 떠내려가는 피해를 주었었다. 참게잡이의 성어철을 맞아 준비해 놓았던 배와 어망이 순식간에 날아가버린 어민들은 참담함을 겪어야 했다. 그런 북측이 이번에는 수문을 닫아 8만여명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취수장의 수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고 있으니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남북이 임진강을 함께 관리해 보자고 약속한게 언젠데 댐의 수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이런 북측의 장난에 우리가 언제까지 당하고 있어야 하는지 답답하기까지 하다.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은 각종 회담에서 임진강 공동수방대책을 단골의제로 논의했었다. 실무접촉을 벌인 것도 2차례나 되며 지난해 9월 5차 장관급 회담에서도 임진강 공동수방이 원칙적으로 재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통보없이 수문을 열어 어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이번 역시 통보없이 수문을 닫아 수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반복하는 북측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수문을 닫고 여는 것이 자신들에게 무슨 득이 있어선지 아니면 심심풀이로 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실수였는지 북측은 명확히 밝혀야 한다.
북측의 이같은 행위에 마치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쳐다보는 정부의 대응도 한심하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되는 것이 북측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부정적 의미를 정부는 북측에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봄가뭄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북측이 고의적으로 댐의 수문을 닫아버릴 경우 임진강 주변의 피해는 더욱 극심할 것이다. 비록 강 줄기에 불과하지만 임진강이 내포하고 있는 상징적 의미를 생각해서라도 정부는 임진강을 남북이 서로 공유하는, 나아가 임진강으로 인해 남북이 화해의 물꼬를 틀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