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난 공장마당에 산업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인 채 썩어간다. 지난 97년 IMF 부도사태가 남긴 골칫거리다. 이런 폐기물이 근처 주민들에게 주는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냄새나고 흉물스러운 것은 물론이고 더러는 심각한 토양오염을 가져올 우려도 크다. 빗물 등에 씻겨 독성 침출수가 흘러내리면서 지하수오염 등 환경사고를 일으킬 가능성마저 있다. 경기도내 곳곳에 이렇게 수년씩 방치된 폐기물이 집계된 것만 2만2천t이 넘는다는 소식이다. 비공식적으로는 불법폐기물을 합쳐 수백만t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를 치울 방도를 못찾아 죽어가는 환경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한다는 한심한 사실이다. 부도업체는 처리할 능력이 없다며 배짱이고, 자치단체들은 예산부족을 앞세워 정부에 지원타령만 하고 있다. 또한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법규정과 원칙만 내세우며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가 쓰레기강산이 돼 가는데 어떻게 이리 무책임할 수 있는가. 도대체 언제까지 책임을 미루며 기다리기만 할 셈인가. 부도업체와 자치단체의 태도도 문제지만 특히 환경부의 변명은 이해하기 힘들다.
환경부는 폐기물처리의 경우 현행법상 원인자부담이 원칙인데다 국고를 지원한다면 기업들의 도덕성에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원인자부담 운운하는 것은 공허하다. 부도 뒷처리를 떠넘기는 악덕기업주를 우려하는 것도 지나친 걱정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그보다는 환경부터 살리고 봐야 하는 게 환경부의 임무 아니겠는가. 환경부가 주도적으로 해결방법을 찾으려고만 한다면 찾아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우선, 환경부가 해당 기초단체 및 경기도와 머리를 맞대고 비용을 일단 분담해서 이들 쓰레기를 처리하는 게 급하다. 자치단체들도 2만2천t의 처리비용 40억원이 부담스럽다며 발뺌만 할 게 아니라 어떻게든 나누어서 치우도록 해야 한다. 평소 폐기물관리를 철저히 해오지 못한 책임을 환경부와 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져야 마땅하기 보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에 부도업자를 철저히 추적해서 구상권을 행사하는 게 바른 순서다. 그리고 부도공장 인수자가 산폐물처리를 기꺼이 떠맡을 수 있도록 환경부담금과 세제 등에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 볼 필요도 있다. 아울러 부도업체의 파산정리 과정에서 환경문제 처리비용의 우선순위를 관련법에 못박아 두는 일도 추진해 봄직하다.
부도업체 폐기물 어떡할 건가
입력 2002-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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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1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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