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금융부채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 국민 1인 1카드시대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신용카드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동반되는 문제점 또한 적지 않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물품구매나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은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하는 데는 매우 편리하나 그 모두가 곧 되갚아야 할 빚이다. 그것이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선진국형 추세라 하더라도 지금같이 급격한 양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압축성장이 환란과 같은 경제대란으로 이어진 것처럼 금융패턴의 흐름도 과도하게 급변하면 국가 경제에 화를 자초할 수 있다.
지난해 신용카드를 이용한 현금서비스 지급액은 총 143조8천409억원으로 지난 99년의 48조4천150억원에 비해 약 3배 가량 늘었고, 카드론의 경우도 지난 연말 5조5천억원으로 99년말의 3조3천여억원에 비해 67%나 증가했다. 반면 개개인의 부채상환능력은 경기침체, 실업급증 등으로 급격히 떨어질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개인파산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미 금융기관의 빚을 제때 갚지 못한 신용불량자가 성인 10명중 1명꼴인 상황에서 또다시 개인파산이 늘어간다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연 22%대의 고금리인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이 성행하는 것은 은행에서 신용이나 담보로 대출받을 수 없는 계층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이는 개인 금융부채가 가계부실과 개인파산의 빌미가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가계부채가 가계부실로 이어질 경우 소비 진작에 타격을 주고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것임은 뻔한 수순이다. 정부는 외환위기에 이은 제2의 도시가계 파산사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개인 금융빚이 크게 늘어난 것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신용카드 확산으로 세수증대와 내수진작 등의 기대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러나 신용카드 남발로 개인파산자가 늘어나면 결국 나라경제를 정치논리로 풀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초래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때마침 국내에도 개별 금융기관이 파악한 개인 신용정보를 다른 금융기관들이 공유하도록 하는 개인신용정보회사가 3~4개 가량 올해안에 문을 연다니 다행스럽기만 하다. 이제부터라도 카드사들은 무분별한 가입자 확장을 자제하도록 하는 한편 사용자들도 스스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