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 미사동 일대 유적지에 박물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끈다. 26일 하남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 학술심포지엄에서 참석학자들은 한결같이 미사리 유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보존대책을 촉구했다. 특히 주제발표를 한 마틴 벨 박사(한국문화재보호재단)는 미사리 유적이 “현대고고학의 이론을 적용시킬 고고학적 자료가 한국의 어느 유적보다 풍부하다”며 “이같은 유적지는 미국, 캐나다에서처럼 야외박물관을 짓고 공원화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우리는 벨 박사의 제안이 시의적절하며, 문화재당국과 경기도 하남시가 이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미사리 유적이 한국문화사의 이해와 연구에 얼마나 크게 기여하고 있는지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1960년대부터 3차례에 걸쳐 이뤄진 발굴과 최근 세종대 박물관팀의 조사 결과 미사리 일대는 지금으로부터 약 6천년전 신석기시대부터 한성백제초기에 이르는 4천년간의 역사를 모두 담고 있는 고고학의 보물창고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이곳에서는 신석기-청동기-원삼국-한성백제 등 각 시대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유구(遺構) 400여개와 유물 수천점이 수습됐다. 지난해 10월에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2천년전 철제가래와 곡물씨앗이 철(凸)자형 집자리에서 나왔다.
미사리 유적은 출토 유적·유물이 많을 뿐만 아니라 문화의 변천과정을 한눈에 보여주는 드문 장소라는 점에서 국내외 학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이곳 주거지와 토기 등 유물을 비교연구함으로써 토기의 변화, 농경의 발달, 취락지의 변모과정과 그것이 이루어지는 문명사적 기술사적 동인(動因)을 해명해 낼 수 있는 풍부한 증거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아울러 '잃어버린 500년 역사'라고 일컬어지는 한성백제 역사를 밝혀 줄 중요한 현장 가운데 한곳으로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벨 박사의 지적대로 이곳에 박물관을 건립하면 일반인도 문화와 역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사회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솟대길 자연습지 나무고아원 맨발지압장 등 조정경기장 일대 30만평의 자연생태공원과 한강변 카페촌으로 연결되어 하남의 새로운 명소로서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하루가 다르게 주택 음식점 축사가 늘어나면서 훼손위기를 맞고 있는 유적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박물관과 공원화는 서두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