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가뭄 걱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겨우내 강수량이 적었던데다 3~4월 기상예보도 좋지 않다. 극심한 황사와 함께 고온 건조한 날씨가 봄 내내 계속되리라는 전망이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1월 평균강수량이 42.7㎜에 불과해 사상최대 가뭄을 겪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의 60%에 불과했다. 여주, 화성 등의 일부지역에서는 식수가 모자라 시간제 제한급수에 들어갈 정도다. 그나마 도내 농업용수 평균 저수율이 88%여서 아직은 여유가 있다고 보았는데, 그것도 아닌 듯하다. 가뭄으로 수질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농업용수 공업용수로도 쓰기 힘든 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갈수기(渴水期)엔 원래 수질이 떨어지는 법이지만, 현재의 상황은 우려 이상이다. 임진강 지류인 신천 등 이미 오염사실이 잘 알려진 하천수는 말할 것도 없고, 수원 서호 원천 신갈저수지 남양저수지 등 상당수의 호수와 저수지가 농업용수의 수질기준인 화학적산소요구량(COD) 8ppm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봄가뭄이 계속될수록 이런 못쓰는 농업용수는 급격히 늘어날 게 뻔하며, 식수원의 오염마저 걱정된다. 악화된 수질이 가뜩이나 우려되는 수량부족을 더욱 부채질하는 상황이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지난해보다 더 심각한 가뭄이 닥치리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모내기와 밭농사에 치명적 타격을 주는 봄가뭄은 4~5월 강우량이 좌우하는 바, 누구도 기상예측을 장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농림부와 환경부 등은 현재의 저수율이 안심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가뭄에 대한 경보가 계속 울리는 데도 손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허둥지둥했던 지난해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현재 가뭄대책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미비점은 없는지 철저하게 점검해 봐야 할 시점이다.
수량부족이든 수질악화든 근본적인 해결은 해갈의 단비가 내려주는 것이지만, 이런 천수답식 대책에 매달려 있을 수는 없다. 저수지준설, 관정개발, 양수기확보 등 예상가능한 모든 단기적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가 만성적인 물부족국가군으로 분류되고, 엘니뇨 등 세계적인 기상이변이 더욱 잦아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중·장기적으로 수자원을 확보하고 관리해 나갈 것인지 광범위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국민 각자가 물절약 생활화를 더욱 철저히 실천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