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나라의 경제정책이나 그 전략 방향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자유무역이란 기치 아래에서 전개되어 온 것을 지금 우리가 다 기억하고 있다. 물론 진보와 보수 색깔로 대별되는 민주·공화 양당 정치체제가 오래 진행되어 오면서 정권에 따라 이른바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다소 가미되어 오곤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역대의 미국 행정부들은 자유무역의 근간을 훼손한 적은 없었던 걸 세계의 그 어느 국가도 부인하진 않을 것이다. 매우 유감된 언급이지만, 오늘의 조지 부시 미 행정부는 그들 나라의 빛나는 '전통'을 파괴하고 잇다는 것이 본란의 우려 섞인 시각임을 말해 두고 싶다. 가령 무너져 가는 자국의 철강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수입 철강제품들에 최고 30%의 관세를 부과한 건 조금 과격한 표현을 써 미국이 더 이상 자유무역이란 자국 경제의 상징적 간판을 내려버린 것이나 진배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미 널리 보도된 것처럼, 철강산업의 외국제품 유입으로부터의 보호란 핑계일뿐 '불순한' 정치적 목적이 개재되어 있다는 주장들에 우리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미국 철강업계는 25개 회사가 파산했거나 파산 신청중에 있을 만큼 지리멸렬해 있고, 이런 상황은 이른바 고비용·저효율의 자체 경영상 난맥에서 비롯된 걸로 알려져 있다. 지난 97년 이래 몰아쳐 온 세계 철강경기 침체 속에서 구조조정은 시도하지 않은 채로 높은 임금과 낙후된 시설을 방치, 자멸의 길을 걷게된 것이었다.
사정이 이러한 걸, 펜실베이니아 등 주요 철강산지들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와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정권의 승패를 가름할 격전지로 보고 일컬어 정치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 이번의 철강수입 긴급 제한조치의 배경을 이루고 잇다는게 정설이라 할 만하다. 우리가 보기로, 부시 행정부는 지금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중대한 오류를 저지르고 있음이 틀림없다. 비록 작은 국내 정치상 이득은 얻게 될는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세계를 상대로 경제 패권(覇權) 같은 걸 휘두르게 됨으로써 온통 미국은 무역보복의 늪 속에 빠지게 될 공산이 크다 할 만하다.
벌써부터 피해당사국들의 세계무역기구(WTO)제소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고, '보복'의 목소리들이 울려 퍼지고 있다. 가뜩이나 미국은 지금 '악의 축' 같은 발언이 상징하듯 국제정치적으로도 경원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경제 '패권' 행사는 자제됨만 같지못한 까닭이다.
미국의 '패권'경제전략
입력 2002-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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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0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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