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발표된 내년도 대학입시 전형계획에 대해 또 한차례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자연계열과 인문계열간의 교차지원이 크게 어려워짐에 따라 여러가지 혼란이 초래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지적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대입과 관련한 발표가 있을 때마다 뒷말이 무성하고 여론이 요동치는 비교육적 풍토가 우선 가슴 아프다. 이는 비교육적 교육열의 반영이자 지금까지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을 파행으로 몰고온 주범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해마다 입시요강에 따라 일희일비하고 공부방식을 바꿔야 하는 교육에서 도대체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물론 전형계획이 좀더 일찍 발표되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교차지원을 허용했던 전례에 따라 의대나 공대 등 자연계 진학을 원하지만 수학 과학이 상대적으로 쉬운 문과반을 택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당황하는 일도 없었을 테고, 일선 학교들이 이제와서 반편성을 다시 걱정해야 하는 혼란과 불편도 겪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교차지원을 금지하거나 어렵게 한 대학이 늘어난 사실을 탓할 수는 없다. 그것은 오히려 뒤늦었을지언정 과거의 판단착오를 바로잡는, 잘한 조치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교차지원을 막고 나선 것은 올해 서울대 입시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이공계 붕괴현상에 대한 우려와 무관치 않다. 공부하기 힘들고 골치아픈 자연계열 대신 상대적으로 쉬워 보이고 장래가 밝아 보이는 쪽으로 지원자가 쏠리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약게 공부해서 어렵게 공부한 학생들을 제쳐 보겠다는 얄팍한 계산이 판을 치게 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자연계열 대학신입생들의 수학 과학 기초학력이 형편없어서 과외와 보충수업을 받아야 할 지경이라는 한심스러운 보도가 나오게 된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서다.
이젠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학부모들의 의견에 따라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원칙과 정책이 왔다갔다하는 악순환은 없어져야 한다. 수능이 쉬우면 변별력이 없다고 비난하고 어려우면 어렵다고 아우성치는 학부모와, 쉽다고 비난하면 다음해는 어렵게 출제하고 어렵다고 난리치면 쉽게 내는 냉·온탕식 교육행정 사이에서 우리 교육은 죽어가고 있다. 비록 하루아침에 잘못된 교육을 바로잡을 길은 없을지언정 심사숙고 해서 교육의 원칙을 세우고, 일단 세워진 원칙은 결정적인 흠이 발견되지 않는 한 지켜가려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