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의 증가가 예사롭지 않다. 한마디로 위태롭다. 2000년 말 266조였던 가계빚이 2001년 말 341조로 1년사이에 무려 70여조원이 늘어났다. 우리나라 전체가구가 1460 만가구임을 감안하면 가구당 평균 2330만원을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니 망정이지 자칫 금리가 오를경우 가계파산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욱 우려스러운것은 가계빚의 증가속도가 손쓸 틈도 없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내수경기의 활황은 가계부채의 증가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처럼 가계빚이 급증하는 이유는 단연 저금리 때문이다. 몇년사이 세계경제는 미국을 필두로 장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금리를 대폭 내려왔다. 여기에 유럽도 금리를 내렸고 전세계가 마치 금리인하 경쟁을 벌이듯 앞다투어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선진국의 금리 인하는 내수 시장을 확대해 불황을 타개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우리의 시장구조는 선진국과는 전적으로 다르다. 우리는 수출위주의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내수시장도 어느정도 살려야 하지만 우리는 우선 수출을 많이 해야 지탱할수 있는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최근 수출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반면 내수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는 금융기관들이 가계대출에만 열을 올릴뿐 기업으로는 돈이 제대로 흘러들어가지 않는 것에서 잘 나타난다. 지난해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전년에 비해 9.8%나 줄었다. 대신 금융기관 대출 중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54.8%로 사상처음 기업대출보다 많았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외상매입 증가추세는 더 끔찍하다. 가계대출 증가액 70여조원 중 카드를 이용한 외상매입 증가액은 1년사이 무려 12조원이나 늘었다. 요새 젊은이들 사이에서 신용카드 다섯장을 만들어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이 유행이 되다시피 하고 있는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만일 경제여건이 악화될 경우 늘어난 가계빚은 소비위축을 불러오고 이로인한 개인파산 증가는 우리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공산이 높다. IMF때 부실기업대출로 곤혹을 치뤘던 금융기관들이 지금처럼 개인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리다가 거품이 빠질경우 개인대출 과다로 인해 또다시 부실화를 겪게 될것이다. 일본경제가 최악의 장기침체가 계속되는 것은 버블경제의 붕괴때문이다. 이제 정부는 저금리 기조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은행역시 공격적인 가계대출을 자제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