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일본총리가 갑작스럽게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한일 양국관계에 갈등을 낳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는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이 벌인 각종 전쟁에서 숨진 전몰자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특히 태평양전쟁후 A급 전범으로 처형된 14명의 위패도 이곳에 있다. 이때문에 이곳은 일본 제국주의 침략전쟁과 극우세력을 상징하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본총리가 이곳을 공식 참배하는 것은 일본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과거 일제의 침략전쟁을 미화 또는 정당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일제의 침략을 받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도 일본총리의 신사참배를 강력히 반대하고 항의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일본과 공동개최하는 월드컵 대회를 눈앞에 두고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월드컵 공동개최국으로서 한국이 한일간 협조와 우호 분위기를 깨려하지 않을 것이란 일본정부의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고이즈미총리의 신사참배는 한국과 중국 등의 국제적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국내 보수세력의 정치적 지지 회복을 노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총리가 바뀔 때마다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요청해온 일본의 전몰자 유족회는 자민당의 최대 지원단체다. 그런데 일본경제가 흔들리면서 고이즈미 총리의 인기가 떨어지자 보수세력의 지지 강화가 무엇보다 절실해졌다는 분석도 유력하다. 그러나 일본의 국내사정이 어떻든 우리로선 어떤 형태로든 이 문제를 따지고 넘어가야 한다.

일본에서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반대하는 세력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일본의 야당과 기독교 등 종교단체, 많은 시민단체들도 반대하고 있다. 최근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한 일본 고교 역사교과서 문제가 조용히 넘어갔다고 해서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를 외교부 대변인의 항의 성명으로만 넘길 일인가 정부는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또한 강조해야할 점은 우리나라가 일본과 월드컵 대회를 공동개최한다고 해서 일본 정부의 부당한 처사를 “이번만은 못본 체하자”는 식으로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일본총리의 공식 신사참배가 갖는 부당함과 함께 위험성을 한일 양국의 여론을 통해 널리 알리는 한편 이런 일의 재발방지를 일본정부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