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하다. 군포 방화살인사건의 용의자인 4인조 강도단이 불과 두달새에 7명을 살해하고, 40여건의 강도·납치·강간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매주 1명 꼴로 살인을 하고, 사흘에 두 건씩 강력범죄를 일으킨 셈이다. 수법도 치밀하고 잔인하다. 야구방망이를 휘두르고 칼로 찔러 숨지게 하는가 하면, 사체와 차량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담당 경찰마저 '이들이 대상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벌인 범죄행각은 경찰인 우리도 놀랄 정도'라고 했다. 지난 94년의 지존파와 온보현, 97년의 막가파의 범행 보다도 더 흉악하다.

20대 교도소 동기 4명이 서울과 군포 일대를 돌며 마구잡이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도대체 경찰은 뭘 했는가. 이들은 승합차를 타고 밤새 거리를 돌아다니며 범행대상을 물색했다고 한다. 살인강도단이 밤길에서 얼마나 많은 시민들을 지켜보며 범행을 궁리했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5건의 살인과 32건의 강도행각이 여죄 추궁과정에서 밝혀졌다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참혹하게 살해당한 변사체가 발견됐거나 실종신고, 범죄신고가 잇따랐을 텐데도 이들은 두 달 동안 수도권 일대를 유유히 휘젓고 다닐 수 있었다. 치안력에 구멍이 뚫려도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걸 말해 준다.
이들이 7명을 살해하고 빼앗은 돈은 고작 695만원이다. 단돈 몇만원에도 살인이 일어날 수 있다지만, 100만원 뺏자고 사람을 한 명 죽이는 일을 일곱차례나 거듭 저질렀다는 것은 도무지 인간의 짓이라고 믿고 싶지 않을 지경이다. '사회의 막장'으로 내몰린 자들의 극악한 소행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범죄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인명경시 풍조가 어디까지 왔는가를 여실히 보여 준다. '돈 많은 사람은 다 죽여 버리고 싶었다'던 막가파 두목 최창수나 '철저한 살인마로 변신해 사회와 함께 파괴되겠다'던 부녀자 연쇄살인범 온보현의 무차별적 사회에 대한 증오심이 수그러지기는 커녕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 뒤늦게라도 살인강도단을 잡았다는데 안도할 수는 없다. 지금의 치안력으로는 얼마나 더 끔찍한 범죄가 저질러질 지 모른다. 이번 사건을 경종으로 받아들여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잡고 범죄예방 활동과 과학적 수사력을 서둘러 강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울러 군포 살인강도들을 인면수심의 범죄로 내몬 사회적 환경에 대해서도 모두가 깊이 반성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