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에 연속보도(4월19일자, 22일자, 26일자 1판 23면)된 인천 주물공장의 진폐증 실태는 직업병과 산업재해 관리체계에 큰 허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주물공장 근로자 10명 가운데 2명이상이 진폐증 발병위험이 높은 폐관련 질환자라는 조사결과부터가 놀랍다. 일반적으로 광부들이 걸리는 병으로 알았던 진폐증이 도심 속의 공장에서도 이렇듯 심각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더욱이 이번 조사가 고용규모 30명 이상인 주물공장 16곳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이들에 비해 작업환경이 훨씬 열악한 280여개 영세사업장의 2만여 근로자를 모두 검진한다면 진폐증과 폐질환자는 얼마나 더 늘어날 지 모른다.

르포기사를 보면 주물공장 노동자들은 마스크조차 쓰지 못한 채 하루 8시간 이상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섭씨 1천500도가 넘는 용광로 앞에서 숨도 제대로 못쉬는 판이니, 고철과 주형틀의 모래를 터는 과정(탈사)에서 발생하는 검은 먼지를 그대로 들이마시며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작업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 벤젠에도 쉽게 노출된다. 지난 2000년엔 이런 주물공장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60대 근로자가 폐암으로 사망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행 '진폐 예방과 진폐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진폐 조사대상을 석탄광업 등 8개 광업근로자로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물공장 등 제조·건설업 근로자는 아무리 진폐증 위험이 높아도 작업환경측정, 건강검진 등에서 제대로 법적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진폐1형 환자로 판명된 35명만 산업재해 요양 혜택을 받도록 했을 뿐, 나머지 진폐의증과 폐질환자 61명에게는 개별적으로 내과 진료를 받으라는 어이없는 판정이 내려졌다.

사정이 이런데도 노동부는 산자부측의 반대를 들어 '진폐법' 적용확대에 난색을 표했고, 주물공장의 작업환경개선에 대해서도 '막대한 비용'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재위험이 높은 줄 뻔히 알면서도 근로자들에게 몸으로 때우라는 얘긴가. 이건 아니다. 당장 전체 주물근로자를 대상으로 종합진단을 실시해야 한다. 진폐증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면 정부 관계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법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주물공장 내의 유리규산과 유해 유기화합물에 대한 대책도 아울러 마련해야 한다. 비용 때문에 산재를 모른 척하던 시대는 지나가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