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 방화살인 4인조 강도단의 여죄가 속속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승용차를 택시로 위장, 여성승객 5명을 상대로 살인행각을 벌인 엽기사건이 또 발생했다. 용의자 2명중 한명은 검거됐지만 나머지 한명은 경찰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놓쳐 우리의 치안문제가 한심한 수준이라는 것이 다시한번 여실히 드러났다. 범인들은 이틀동안 여성승객 5명을 상대로 금품을 빼앗고 “신고할까봐 두렵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목졸라 살해했으며 시신을 차에 싣고 다니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다. 이들은 삼성반도체 주차장에서 번호판을 떼다 경비업체 직원들에게 잡혀 경찰에 인계됐지만 경찰의 감시소홀을 틈타 용의자 중 한명이 달아났다.

기가막혀 말문이 막힌다. 끔찍한 엽기살인이 잇달아 터지는 것도 놀랍지만 경찰의 한심한 대응을 보면서 과연 이들에게 우리의 생명을 맡겨도 되는 것인지 두려울 정도다. 기강해이라고 하기에는 사안이 너무 심각해 경찰의 일대쇄신이 요구될 정도다. 3개월 동안 무려 32회에 걸쳐 살인, 납치, 강도 등을 저지른 군포 4인조강도사건만 해도 그렇다. 경찰서간의 협조체계만 이뤄졌어도 이렇게 크고 끔찍한 사건으로 비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편적인 수사정보조차 교환하지 않아 동일범의 소행임을 확인하지 못해 각기 범인을 쫓는 코미디같은 수사로 일관했다. 경찰의 공조수사가 이뤄지지 않는 사이 범인들은 더욱 난폭하고 대담해져 현재까지 밝혀진 살인사건만 19건에 이른다.

경찰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건가. 이번 연쇄살인 사건만해도 사건발생시 2명이상 직원이 순찰차를 타고 현장에 나가도록 한 규정을 어기고 순경 1명만 출동시켰다. 이 과정에서 순찰차에 키를 꽂아 두었고 범인들에게 수갑조차 채우지 않는 등 호송절차까지 무시됐다. 아무리 한심한 경찰이라고 해도 이렇게 어설픈 대응으로 범인을 잡겠다고 나선 것은 차라리 직무유기에 가깝다. 이런 치졸하기 이를데 없는 수사라면 누가 경찰을 신뢰한단 말인가.

최근 잇따르는 엽기적인 살인행각은 예사롭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마치 유행처럼 번지는 모방범죄와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인명경시풍조 현상으로 제2, 제3의 유사범죄가 일어날 개연성이 아주 높다. 경찰은 이점을 주시하고 망가진 경찰기강을 다시잡는 것은 물론 경찰서간의 공조수사를 공고히 해야하며 아울러 범죄예방활동과 과학적인 수사력을 강화시켜야 할것이다. 얼마나 더 망신을 당해야 경찰이 정신을 차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