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대료가 폭등해 아우성이다. 자그마한 가게도 이젠 못할 지경이란다. 상가 또는 건물의 임대료가 지난해보다 2~3배나 오르는가 하면 임차인과 임대인간의 임대료 분쟁이 속출하는 등 그야말로 '임대대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건물주가 일방적으로 임대료를 올리는 횡포로부터 영세 상인들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시행도 되기 전에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상가 임대료가 요즈음 폭등하고 있는 것은 경기회복에 따른 사무실 수요 증가에도 일부 원인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법의 발효를 앞두고 건물주들의 일방적인 임대료 인상요구가 극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법은 임대계약기간을 5년간 보장해 영세상인들을 보호하고 임대계약내용을 관할 세무서에 신고, 건물주의 세원이 드러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건물주들은 내년 1월 법시행 이전에 임대료를 대폭 올리겠다는 주장이다.이에 따라 지난 99년 정부가 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해 임대기간을 2년으로 늘리면서 전셋값이 폭등했던 것과 흡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건물주들의 입장에서 보면 늘어날 세금과 장기임대에 따른 소득감소 등을 우려한 나머지 임대료 인상은 자본주의국가에서 당연한 이치다.더욱이 새 법이 시행되면 시행령에 명시된 범위 안에서의 임대료 인상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그 인상 폭이 제한적일 뿐이라는 인식과 함께 아예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고 미리 겁을 먹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정부로서도 영세상인을 보호하려는 취지가 관련법의 내용에 너무 부각돼 있지나 않은지 곰곰 따져봐야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같은 사태를 파악하고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기에 이르렀지만 임대료를 지나치게 올린 건물주들을 선정해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거나 신고센터를 설치하겠다는 등의 내용은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엄포용에 불과하다. 이런 정도의 대책으로는 임대료 대란이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임대료 대란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최우선 변제권을 받을 수 있는 영세 상인의 범위를 설정하고 보호대상도 철저한 실사를 거쳐 영세 상인으로 한정하는 등의 후속조처를 빨리 취해야 한다. 아울러 5년으로 돼있는 임대차보장기간의 축소와 법의 시행시기 등을 앞당기는 방안들을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