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두 명이 미군의 장갑차에 의해 사망한 사고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 리언 J 라포트 대장이 미군의 책임을 인정하고 법무부가 사고관련 주한미군을 상대로 사고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6월 13일에 일어난 사건이 월드컵 열기와 정부의 미온적 대처 그리고 미군의 책임회피로 20여일을 끌어온 것은 문제가 있다. 물론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여론이 악화되고 나서야 해결하겠다고 나선 행태를 처음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한미합동조사반이 '고의성이 없다'는 발표를 하고 이에 분노한 시민 등이 세 차례에 걸쳐 범국민 규탄대회를 열어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고서야 사과문을 발표하는 미군의 태도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민변과 시민단체가 법무부의 형사재판관할권 행사를 요구하고 나서자 뒤늦은 사과와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느낌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미군조사 후 미군에게 재판권 포기요청을 하겠다는 정부의 태도다. 주권국가로서 우리 국민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수사와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유사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부작위와 침묵으로 일관하는 정부도 문제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피해구제에 소극적인 정부를 누가 신뢰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미군에 재판권 포기를 요구하고 우리 검찰과 법원이 수사와 재판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빠른 기간 내에 근본적인 치유책이자 재발방지대책인 한미행정협정(SOFA)의 개정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남북한의 대치상황과 한미간의 모든 관계를 고려한다고 해도 한국인이 입은 피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상황들이 결국은 미국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나 미군이나 한미행정협정의 한계와 불평등 협정의 틈새를 이용해 이번 사건을 적당히 처리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불행하게 세상을 떠난 어린 두 여중생을 통해 평등한 양국관계를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또한 잘못된 점은 솔직히 시인하고 그 잘못에 대한 처벌을 받을 때에 굳건한 양국간의 동맹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권리장전에 입각한 미국수정헌법의 정신이 왜 한국내 미군에서는 실현되지 않는가를 우리 국민들이 분노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미군에 대한 재판권 행사해야
입력 2002-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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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0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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