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환경을 보호하자고 여기 저기서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현실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헛구호에만 그칠 뿐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 야생식물들이 몸에 좋다는 이유로 마구 채취돼 시중에서 버젓이 불법유통되고 있다는 본보 보도(7월11일자 1면)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식물들은 지난해 벌칙을 대폭 강화한 자연환경보전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야생식물이 점조직에 의해 시중에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음은 가히 충격적이다.

전문 채취꾼들의 표적이 되는 희귀식물로는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에서 자생하는 가시오갈피나무 헛개나무 엄나무 느릅나무 등이 있다. 그런데 수년전부터 암 고혈압 당뇨 신경통 간질환 등 각종 질병에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싹쓸이 채취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희귀목들은 불법채취와 유통을 통해 서울 경동시장 등 전국의 한약재상에 고가에 팔리면서 가시오갈피나무가 다량 자생했던 양평 복미산과 소리산 유명산 등에서는 이미 자취를 감추었다. 몸에 좋다고 하면 야생동물들을 마구 잡아먹는 사람들이 이제는 희귀식물마저 싹쓸이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다양한 동·식물들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들이다. 한 종의 생물이라도 사라지면 다른 생물에 악영향을 끼치고 결국에는 인간의 생존에도 위협을 주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환경파괴로 인해 많은 동·식물들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약 2만9천800여종의 생물 가운데 호랑이를 비롯한 6종은 이미 멸종됐고 멸종위기종이 43종, 보호종 151종, 천연기념물 258종이라고 한다. 꽃의 일부는 우리의 토종이 외국으로 건너갔다가 역수입되는 사례도 있다.

이처럼 야생동식물이 급속하게 사라지는 것은 건강 및 약용식품에 대한 그릇된 일반인들의 인식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지만 당국의 허술한 감시관리체제의 책임도 크다. 법을 강화했다고 해서 야생동식물이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야생동식물의 불법유통을 뿌리뽑기 위한 당국의 감시기능이 강화돼야 하는게 급선무다. 당국의 감시인력이 부족하다면 환경경찰제도를 도입한다든지 환경단체 및 지역주민들과 공동감시망을 구성하고 이들에 대한 재정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생태계보호구역에서 자생하는 식물의 군락지에 간판만 붙이고 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희귀식물을 캐가라고 알려주는 꼴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