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7일 궤도차량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 두 명의 미군병사에 대한 형사재판권 이양을 요구한 한국정부의 요청을 거부한 것은 매우 유감이다. 주한미군의 이같은 결정이 한국내 반미감정을 증폭시켜 한·미 양국의 전통적 우호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만 하다.

이번 사태의 원만한 종결을 위해 주한미군 당국과 한·미정부가 반드시 해야만 할 일이 있다. 먼저 주한미군측은 한국정부의 재판권 포기요청에 대한 '거부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 미군당국은 거부 이유로 공무중 발생한 사건에 대해 다른나라에 재판권을 이양한 전례가 없다는 점과 이미 사건 관련자들을 기소한 상태라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주일미군이 재판권을 포기한 형사범죄의 예가 이미 밝혀진 데다, 주한미군이 의정부 성매매 여성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미군을 비밀리에 출국시킨 사실이 드러난 마당에 설득력이 없다. 공무중 과실치사는 재판권을 주지 않고, 단순 살인사건 용의자는 자국으로 빼돌린다면 이는 주둔국 주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다.

또한 이번 사건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상의 원칙보다는 한국내 국민감정과 한·미양국관계의 장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해결해야 한다. 자국의 어린 여학생이 무참하게 궤도차량에 압사당한 사건에 대해 형사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 어느 나라 국민이 이를 고분고분 수용하겠는가. 따라서 주한미군은 SOFA 조항에만 의존하는 각박한 시각을 버리고 재판권 포기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SOFA의 불평등 조항 개정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특히 재판권 행사 조항은 한국의 주권이 존중되고 한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반드시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반영돼 1967년에 발효된 이후 지금까지 큰 골격에 변화가 없는 SOFA를 21세기에도 계속 유지한다는 자체가 시대착오다. 최소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일본수준으로 고쳐야만 한다.

주한미군의 독극물 한강방류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한·미 양국은 환경분야에 대한 주한미군의 의무를 강화하는 쪽으로 SOFA를 개정한 바 있다. 양국은 빠른 시일내에 합리적이고도 전면적인 SOFA개정에 임해야 한다. 그것만이 심미선, 신효순양의 비극적인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일이자, 한미양국의 동반자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