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래 한국경제엔 그래도 좀 '빛'이 보여 왔던 게 사실이라 할 만하다. 가령 경기(景氣)가 혹심한 불황에서 벗어나 올들어 6%대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게 된 것에서 우리는 희망을 되찾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들이 올 상반기중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올린 점도 그렇고, 또 도시가구의 계층별 소득격차가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통계를 보면서도 많은 서민들이 큰 위안을 얻었으리라고 본란은 믿는다. 미국 기업들의 회계부정이 빚어낸 현지 증시(證市)의 동요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큰 금융상 불안이 일어나지 않은 것도 이제 한국경제의 기저(基底)가 그만큼 안정된 걸 의미하는 것 같아 우리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고 본란은 말해 두고 싶다.

이렇듯 밝은 빛에 내놓였던 한국경제에 또 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고 말하기는 괴로운 일이지만 우리는 불행한 현실에 언급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건 경제의 성장잠재력 자체가 하강국면에 들어섰다는 측면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7월중 기업들의 이른바 생산능력지수가, 이 지수가 작성되기 시작한 30년 역사상 최초로 뒷걸음질을 한 걸로 나타났다. 기업이 설비와 노동력 등 주어진 조건 아래에서 정상 가동중 이끌어낼 수 있는 최대 생산량을 지수화한 문제의 생산능력지수 후퇴는 불길하기 짝이 없는 조짐이라 할 만하다. 이로써 경제성장 능력이 원천적으로 떨어지게 될 것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가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계속 감소함으로써 빚어지고 있는 걸 모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안타까운 건, 이런 현상을 놓고 기업들만을 나무랄 수도 없는 점이라고 할 것이다. 본란이 보기론 기업들의 이런 위축된 자세는 대통령선거를 앞둔 국내 정치정세의 혹심한 혼란 국면에서도 연유하는 바가 작지 않다고 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일대 반성의 계기로 삼아 기업의욕 고취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가령 최근의 세제개편에서 기업들의 조세감면 몫이 대폭 축소된 것 같은 건 재정의 건전화란 목표가 있었다곤 해도 시의를 놓친 느낌이 없지 않다.

여행수지를 포함한 서비스수지 적자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는 것도 예사로운 일이 못된다. 7월중 여행수지가 4억달러가 넘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대목에 이르게 되면, 이러다가 되짚어 지난 환란(換亂)과 같은 어두운 시절로 되돌아 갈 듯한 공포감에 마저 빠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