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범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강·절도를 포함 뺑소니 사고, 폭행 등 죄질이 나쁜 경우도 많다. 경기지방경찰청 집계를 보면 올 들어 경기도내에서 발생한 주한미군 관련 범죄는 교통사고 90건, 폭력과 강·절도 등이 25건으로 나타났다. 교통사고를 내고 달아나는 행위는 한국민을 업신여기거나 한국의 치안당국을 무시하는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범죄는 결과적으로 한국민의 반미감정을 미군 스스로 부추기고 확산시키는 어리석은 짓이다. 더욱 기막힌 일은 범죄를 저지른 미군을 우리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하고도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입건은커녕 조사도 하지 못한 채 신병을 미군 당국에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와 사법당국이 미군의 범죄를 처리하는데 기본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의 재판권 행사가 아주 드물고 처벌도 미미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같은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해묵은 현안으로 아직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러한 결과는 SOFA의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조항과 주한 미군 당국의 무성의, 비협조 탓이다.
즉 SOFA에는 미군 대표의 입회없이 미군 피의자의 예비수사와 재판이 불가능하다는 조항과 미군 당국의 요청이 있으면 특별한 경우 외에는 한국은 재판권을 행사할 1차적 권리를 포기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한마디로 미군의 협조없이는 미군에 대한 범죄수사나 재판이 어렵게 되어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SOFA가 재개정된 90년부터 98년까지 발생한 미군범죄 5천508건 가운데 한국이 재판권을 행사한 경우는 173건(3.1%)에 불과했다. 또 98~2000년 6월 한국이 재판권을 포기한 미군 피의자 916명 중 징역형을 받은 미군은 4명에 불과했고 741명(80.9%)은 가벼운 주의나 견책을 받는데 그쳤다.
미군 범죄는 갈수록 늘어나고 우리 국민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데도 SOFA라는 불평등 협정 때문에 주권국가로서 필요한 사법조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따라서 정부는 SOFA의 불평등 조항과 불합리한 내용을 다시 고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소한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독일이나 일본 등 다른 국가들 수준은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또한 주한미군 당국도 범죄예방을 위해 미군의 단속과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미군 범죄에 대한 한국정부의 사법처리에 최대한 협조를 해야 한다. 이것이 우방국에 대한 도리다.
반성할 줄 모르는 미군
입력 2002-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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