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학교용지확보에관한특례법에 의해 당연히 분담했어야 할 '학교용지매입부담금'을 지난 2년간 단 한푼도 내놓지 않았다니 말문이 막힌다. 작년에 1천971억원, 올해에 1천674억원으로 무려 3천645억원으로 그 규모가 엄청나다. 내야 할 돈을 안 내놓은 경기도의 배짱행정도 문제이지만, 당연히 받을 돈을 2년동안이나 묵인해온 경기도교육청의 벙어리 행정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겉으로는 항상 교육여건 개선을 외쳐온 경기도의 두 대표기관이 배짱과 벙어리로 일관하는 동안 경기도의 청소년들은 콩나물 교실에서 생고생을 하고 있으니 분통이 터질 일이다.
특례법에는 학교용지부담금 재원으로 개발사업 시행지역에서 징수되는 취득·등록세와 개발이익환수금, 그리고 300가구 이상 신규아파트 입주민들이 내는 학교용지부담금을 규정해놓고 있다. 경기도는 이중 입주자들이 부담한 학교용지부담금이 349억원에 불과해 전체부담금을 지급할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도는 지난해와 올해 개발지역으로부터 총 7천354억원의 취·등록세를 징수했다. 학교용지부담금 3천645억원을 내고도 남는 액수다. 돈은 있는데 더 급한데 썼다는 것이 바른 소리인 것이다. 도대체 어린 청소년들의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일보다 더 시급한 일이 무엇인지 의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기관장이 자리를 걸고서라도 반드시 이 돈을 받아냈어야 했다. 경기도의 학급당 학생수, 학교당 학급수 등 교육여건은 전국에서 최하위 수준이다. 교육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수준의 교육여건 개선을 외치고 있지만, 경기도로서는 먼나라 얘기일 뿐이다. 따라서 한푼의 재원이라도 낭비없이 활용해야 할 경기도교육청이 2년간 천문학적인 재원에 눈감고 있었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도교육청은 도측에 문서로써 부담금 납부를 요구했다지만, 이마저도 문제발생에 대비한 책임회피용이 아니었나 싶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8월말까지 106개의 학교설립을 계획했지만, 개교가 확실한 학교수는 75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만일 경기도가 학교용지부담금을 제때에 내놓고 경기도교육청이 이 돈으로 학교용지를 확보했다면 목표량을 채웠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다음달 추경안에 반영해 부담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지만, 부담금 납부 지연으로 인한 어린 새싹들의 교육적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묻고 싶다.
콩나물교실, 이유가 있었다
입력 2002-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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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2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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