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가장 양심적인 집단을 꼽으라면 아마 연구기관의 연구원들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연구소에서 조차 연구결과를 바꾸거나 수치를 왜곡시키는 조작이 벌어진 것으로 밝혀져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국가 정책 수립의 근간을 이루거나 연구결과에 따라 민간부문에 막심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연구에서 조차 이런 일이 발생했다니 큰 걱정이다.

농촌진흥청과 산하 연구기관들이 내놓는 연구결과 상당수가 부실하거나 고의로 수치가 왜곡된 엉터리 연구결과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지난 주 농진청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 과정에서 알려져 그 신뢰성을 높여주고 있다. 감사자료에 의하면 농진청이 최근 3년간 추진된 연구보고서에 대해 실시한 자체감사결과, 지난 2000년부터 연평균 50여건씩 모두 143건의 오류 부정행위가 적발됐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연구 책임자나 기관이 연구결과를 상향 조정하거나 축소, 심지어 무단으로 중단하는 사례가 수십건이 포함되어 그동안 농진청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대한 사실여부에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고 하겠다.

농진청은 우리의 농업정책 수립의 토대가 되는 기본 자료의 연구나 혹은 농업생산성 증대와 첨단농업을 육성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연구 기관의 성격이 짙은 곳이다. 그래서 정부는 농진청에 시험연구사업비로 매년 1천75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며 연구직 인원만도 1천155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국책연구기관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농진청은 농업연구사업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며 이 기관의 연구사업은 그만큼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해 연구결과는 정확성과 신뢰성이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농진청의 연구결과가 이처럼 조작, 왜곡되거나 심지어 연구가 중간에 중단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면 누가 이 연구결과를 믿고 따르겠는가. 이런 결과가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국민기만행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농진청은 이에 대해 뒤늦게 연구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 자체감사에서 사소한 부분까지 지적하던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라고 주장하고 있어 그나마 여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의심가는 부분에 대한 명확한 해명은 없다. 여하튼 차제에 사실 여부를 조사해 책임소재까지 가리는 것이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래야 농진청이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