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내경제의 외연(外延)에 잔뜩 먹구름이 몰려들어 그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는 논의는 이미 본란에서 제기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또 매우 걱정스러운 대목이 있다. 물가불안의 위험이 우리들 앞으로 엄습해 오고 있다는 점, 이것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라 할 만하다. 정부가 그나마 경제성장률을 6%내외로 끌어 올린 가운데 물가도 3% 안팎으로 묶어 온 건 상찬하기에 아깝지 않은 치적이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 물가 전선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당장 내년부터의 경제전망이 불투명해질 만큼 여러 악재(惡材)들이 중첩되어 있는 마당에 만약 물가마저 요동치게 된다면 경제는 또 한차례의 위기국면에 함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측면에서 본란은 정책당국의 깊은 주의를 촉구해 두고 싶다.

물가불안이 현실화할 위험요소들 가운데 가장 먼저 지적될 수 있는 건 역시 최근 몇년 사이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나갔다는 사실 자체라 할 만하다. 콜금리가 연간 4%대에 죽 묶여있는 판국이니 금리가 전반적으로 너무 낮게 유지되어 왔고, 이것이 통화 수속(收束)을 못하게 만든 원죄(元罪) 노릇을 했다고 할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풀려나간 돈은 기업쪽으로 흘러가는 대신 가계대출과 부동산을 향해 과도하게 넘실거리게 되었다. 이로써 민간소비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이 정상궤도를 이탈할 만큼 이뤄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 정부가 지나치게 단기적 경기부양에 매달려 온 결과라 할 것이다. 그 실정(失政)은 뒷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라 할 만하다.

물가불안의 또 다른 요소들은 공급 측면의 것들이다. 임금과 유가(油價)·수입품가격 등 생산원가의 상승이 바야흐로 물가를 위협할 지경에까지 이르러 있다. 명목임금이 올 상반기중 10% 가까이 올랐고 석유값도 미국의 이라크 전쟁 선포와 함께 나날이 뛰고 있는 가운데 환율상승이 수입물가를 압박하고 있기도 한다. 일부 관측통들은 세계경기 불투명을 이유로 들어 이런 물가불안 요인들을 낮게 평가하고 있기도 하지만 결코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 본란의 의견임을 분명히 해 둔다.

이렇듯 불안한 물가에 예방책으로 쓸 수 있는 것이 금리인상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물론 금리를 잘못 올렸다간 경기위축을 불러 올 염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선 미(微)조정을 해 보고 그 파장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