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이 난개발의 책임을 물어 시공사와 관할구청인 남동구가 연대해 소래 풍림아파트 입주민에게 36억여원의 배상금을 지급토록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비양심적인 아파트 시행사와 주민을 무시한 지방자치단체의 유착을 통해 수도권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난개발 행태에 법적인 제재를 가한 첫 판례라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인천 남동구 논현동 소래마을 풍림아파트 입주민 455명은 남동구청과 시행사인 I건설과 T건설을 상대로 지난 2000년 10월 인천지법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입주해서 보니 짜증이 나서 살 수 없었던 것이다. 도로개설이 안돼 10분밖에 안되는 인천시내 진입에 1~2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 인근에 학교가 없어 자녀들이 3㎞ 이상 떨어진 학교를 다니느라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후 사정을 알아보니 아파트 시행사와 남동구청은 주도로와 진입도로가 연결되지 않을 경우 엄청난 교통난이 초래될 것이라는 교통영향평가 결과를 무시한 것은 물론, 관할 교육청이 초등학교부지 확보 의견을 다섯차례나 제시했음에도 이를 무시한 결과였다. 입주민들이 주민불편을 철저히 외면한 업자와 관청에 대해 분노하고 이들을 상대로 법적 응징을 마다하지 않기에 이른 것은 당연했고, 결국 법원은 주민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주민들이 법적으로 시행사와 해당자치단체에 경종을 울렸다고는 하나 현재의 불편이 당장 개선되지 않는 것은 물론 가구당 배당될 배상금이 불편 감수에 따른 적정한 보상 규모가 아니라는 점이다. 법원이 배상금 중 20억원은 이미 부도처리된 I건설에 부담지웠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남동구청을 상대로 나머지 배상금을 요구할 계획이지만 정신적 물적 피해에 비해 턱없이 모자랄 것이다. 결국 남동구청의 몰지각한 행정으로 인해 아파트 주민들의 불편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구청은 다른 주민들의 혈세로 이를 보상해야 하니 어처구니 없다.

난개발 후유증이 심각한 용인시와 최근 난개발 시비가 불거진 광주시 등 수도권 난개발 지역에서 유사한 소송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난개발이 이번 경우와 거의 비슷한 만큼 법원의 판단도 이에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난개발 유형과 수법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지법의 이번 판결이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에게 커다란 각성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