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면회소 설치와 납북등 생사불명자들의 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였던 적십자회담이 북측의 과도한 요구로 끝내 결렬됐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남북은 공동보도문조차 발표하지 못해 이산가족 추가 상봉이 올해 안에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등 향후 사업추진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 여파로 그동안 핵파문의 거센 도전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진행되어 왔던 남북 교류협력 사업 전반에 대한 향후 전망 또한 불투명해 지고 있다니 걱정이 앞선다.

2일 금강산에서 막을 내린 회담에서 남측은 연내에 추가 상봉을 실시하자는 안을 북측에 강력히 요구하면서 상봉시기는 12월3일부터 8일까지, 장소는 금강산을 제안했다. 아울러 금강산 면회소 설치 이전에라도 기존 건물을 이용해 면회를 정례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런데 북측은 계절적인 문제, 금강산호텔 개보수 작업으로 인한 숙박시설 확보 어려움 등을 들어 금강산 면회소 완공 후에 면회를 실시하면 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을 원천적으로 지연시키거나 아니면 적어도 면회소 설치 기간에는 상봉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보인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 남측이 거론한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그런 일은 전혀 없다며 거세게 반발했다는 후문이다. 그러고도 북측은 1천명을 수용하는 대규모 면회소 건설에만 의욕을 보이며 그 후보지로 고성군 온정리 조포마을 '닭알바위' 부근을 선정하고 합의를 종용했다고 하니 북측의 검은 의도를 짐작케 하고 있다. 한마디로 북측은 면회정례화등 실질적인 합의없이 수백억원의 남측지원으로 건설될 것으로 추정되는 면회소만 확보하겠다는 속셈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볼 수있다. 따라서 앞으로 개성공단개발, 임진강 수해방지, 철도·도로 연결 등 교류협력 현안사업에서도 북측의 이런 주장이 반복될 수도 있어 이들 협상의 전망을 암울하게 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한반도는 북핵파문의 확산정도에 따라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정세에 처해 있다. 또한 북핵 파장에 의해 모든 남북대화가 중단될 수도 있고 또다시 과거의 대결구도로 회귀할 수도 있는 시점에 있다. 그런데도 북측은 의도적으로 자신들의 실리만을 위해 인도주의적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문제마저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구심까지 불러 일으키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다시 한번 북측의 성의있는 자세 전환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