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국회 법안심의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던 경제특구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제특구법)안이 당초 정부안에 비해 상당부분 완화돼 통과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이 법안의 명칭이 경제자유구역법으로 바뀌고 지정요건 등에서 당초 내용이 대폭 수정됐다. 따라서 경제자유지역법은 지나친 조건완화로 경제적 의미는 없으면서 혜택만 부여받는 수준미달의 특구를 양산하게 될 전망이어서 그 후유증이 걱정된다 하겠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6일 오후 늦게 격론끝에 정부가 제출한 경제특별구역의 명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바꾸고 지정요건과 규제완화 내용을 대폭 수정한 법안을 처리한 뒤 내년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수정법안은 특구지정요건과 관련, 국제공항, 국제항만등 높은 수준의 조건을 갖추도록 했던 것을 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지역간 균형발전에 기여하고 교통·통신 등에 대해 일반적 요건만 갖추면 지정될 수있도록 변경했다. 아울러 시도지사의 지정요청이 없어도 재경부장관이 시도지사의 동의와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의 이런 내용으로 외국인을 위한 특구는 증발되고 특정지역을 위한 자유구역만 양산될 가능성이 높아져 실효성 자체가 의문시되는 누더기 법안이 만들어졌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원인은 정부 부처간 이기주의와 지역 이해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치권 탓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했고 여·야·정 정책협의회 등을 통한 정치권과의 논의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 그리고 국회재경위 소속 의원들은 저마다 출신지역을 특구에 편입시키려는 지역 이기주의가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경제자유구역이 외국기업과 외국인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춰야한다. 또한 외국인과 외국기업을 위한 세금혜택과 물류시설뿐 만아니라 교육·문화 등 생활환경이 편리하게 바뀌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정치적 논리와 지역이기주의에 의해 경쟁력이 없는 지역이 특구화되고 양산된다면 외국인들의 외면과 함께 엄청난 예산과 국가적 노력이 물거품 되는 속빈강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현재로서는 가장 성공 가능성이 큰 인천 송도·영종도·김포매립지 등을 우선 특구로 지정하고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경쟁력있는 경제특구를 만들 것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