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전국을 강타했던 아파트 투기열풍이 주상복합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현대건설에서 23일에 분양한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하이페리온 주상복합 청약신청에 무려 5만여명이 몰려들어 평균경쟁률이 56.6대 1에 달했다. 현대건설은 “단기 전매차익을 노린 가수요를 잠재우기 위해 가구당 1채 씩만 신청하게 하고 분양권 전매를 3개월간 금지시키는 등 청약강화에 노력했으나 열기가 생각보다 대단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일전에 분양한 잠실의 롯데캐슬 골드는 부동산 청약사상 최고인 1천500대 1을 기록하는 등 주상복합에 대한 청약열풍은 가히 전국적이다. 그간 투기대상이었던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중의 부동자금들이 전매제한 등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주상복합시장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상복합은 아파트와는 달리 불과 500만원, 1천만원 등 소액투자가 가능해 '떳다방', '아줌마 부대', '넥타이 부대'까지 가세해 북새통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부동산시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난 10월에 실시된 코스닥기업 NHN의 공모주 청약에는 1조7천억원이, 파라다이스에는 무려 2조4천억원이 몰려들어 증권가를 경악시키기도 하였다.

이런 모습을 보노라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단지 기우에 불과한 듯 보인다. 이러한 현상이 왜 잦아들지 않는 걸까. 그것은 한마디로 사상 최대규모의 부동자금 때문이다. 은행의 요구불예금, 투신사의 MMF 등 단기성 예금형태로 머물고 있는 시중 부동자금이 지난 10월 말 현재 321조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증권시장의 침체, 부동산시장에 대한 강력한 규제에다 실질금리 마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막대한 자금들이 그냥 대기성 자금으로 머물고 있다.

자금 주상복합에 대한 이상 청약열기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더욱 심화될 예정이다. 차제에 정부는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을 규제하기 위해 이번에도 분양권 전매제한 등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부동자금은 마치 럭비공과 같아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른다. 언제까지 미봉책으로만 일관할 것인가. 홍수를 우려하여 둑만 높이 쌓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적절히 물꼬를 터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대기성자금이 생산 쪽으로 흐를수 있도록 하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