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이 한 장 밖에 남지 않았다. 그 것도 며칠 후면 '마지막 잎새'처럼 떨어져 나간다.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통령선거의 열기도 식었고 이제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어럽게 살아가는 이웃을 돌아봐야 할 세밑이다. 거리에 ‘딸랑딸랑’ 종소리와 함께 구세군 자선냄비의 불우이웃 돕기가 시작된 지도 3주일이나 지났다. 1천만원짜리 수표에서 100만원짜리, 그리고 돼지 저금통을 고스란히 쏟아부은 100원짜리 동전에 이르기까지 냄비마다 가득해 아직 이웃의 따뜻한 온정이 살아나고 있다니 다행스럽다.

하지만 의지할 데 없는 어린이나 노인들을 보호하는 고아원, 보육원, 노인의 집 등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이달 들어 찾아오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곳이 많아지는 등 썰렁하기 그지 없다는 보도다. 중소기업을 하는 기업체나 후원자들의 정기 송금이 하나 둘씩 끊어져 성금이 작년보다 크게 줄어 들고 있는데다 찾아오는 사람들마저 끈겼다고 한다. 언론사에 접수되는 성금도 지난해에 비해 부적 줄고 있다. 올 여름 수해를 입은 지역들도 얼기설기 엮은 판자집에서 추위와 끼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소식도 들린다. 반면에 연말연시를 맞아 골프백을 메고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들은 작년에 비해 크게 늘고 있으며 괌, 사이판, 호놀룰루, 방콕, 마닐라, 홍콩 등 겨울철 인기관광노선 항공권이 불티난다.

소외된 이웃을 돕고 주변을 돌보는 일은 계층간의 위화감을 불식시키고 우리의 사회공동체를 건강하게 하며 사회통합을 이루는 일이다. 소외계층을 끌어안는 건전한 시민의식이 확산되어 갈 때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부자도 많고 거지도 많고 인종도 많은 미국 사회가 사회 통합을 이루고 있는 이유의 하나는 바로 남을 돕는 자선(慈善)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침 대선도 끝난 시점이다. 이제 불우한 우리의 이웃들에게 눈을 돌릴 세밑인 것이다. 구세군의 자선냄비 모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에게는 어려울수록 이웃을 돕는 미덕이 있다. 고사리 손들이 집어넣는 동전의 작은 정성에서부터 1천만원 짜리의 '얼굴 없는 천사'에 이르기까지 온 국민들이 마음을 합칠 때 ‘나눔의 기쁨’은 커진다. 그래야만 아직도 변변히 먹지도, 입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덜고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모두가 잘 사는' 복지국가가 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