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연체금액의 증가가 예사롭지가 않다. 매달 수천억원씩 눈덩이처럼 늘어나 자칫 경제위기의 진원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신용카드 연체금액이 마침내 9조원을 넘어섯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신용카드 연체액은 9조630억원으로 전달 8조3천920억원 보다 한달새 무려 6천71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경제규모에 비해 미미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연체금액의 증가에 따라 전업 카드사와 은행 카드의 연체율도 각각 11.7%와 12.15%를 기록하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97년 우리에게 닥친 외환위기는 은행들이 부실기업에게 무차별적으로 대출을 해준 것이 원인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경제악화로 기업들이 대출금 갚지 못하자 은행들은 막대한 부실채권을 안고 무너져 내렸다. 부실 은행들에게 정부는 천문학적인 공적 자금을 쏟아붓고 은행간의 통.폐합은 물론 외국인들에게 헐값으로 매각했지만 아직도 그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조흥은행문제가 그 단적인 예다.

기업대출로 크게 상처를 입었던 은행들은 앞다투어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에 눈을 돌렸다. 특히 은행들은 카드 현금서비스의 수익률이 평균 9%대에 불과한 일반대출 수익률에 비해 무려 2배 이상 높자 미성년자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카드를 발급하는 우를 범한 것이다. 이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카드연체금액의 증가는 은행부실은 물론 우리 경제발전에 또다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은행들이 뒤늦게 은행들이 현금서비스 한도를 줄이고 카드 돌려막기를 차단하는 자구책을 마련하느라 부산을 떨고있지만 그동안 카드대출로 손쉽게 막대한 이익을 챙겼던 은행들이 결국 연체때문에 스스로 발목을 잡힌 모습을 보면 한심하기까지 하다.

외환위기 전에는 누구도 은행이 파산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외환위기는 비록 천문학적인 자금이 허공으로 날아갔지만 우리에게 다시는 그때 같은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는 큰 교훈을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카드대출에 연연하는 모습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은행들은 이자수익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수익구조의 다변화를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