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보건법상에는 학교주변 200m를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으로 설정, 원칙적으로 유흥업소나 숙박업소 오락실 등 이른바 유해업소가 들어설 수 없도록 돼있다. 청소년들을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하자는 취지의 법으로 세계 여러 나라들이 시행하고 있다. 그래서 학교 담에서 200m 이내에 이들 업소가 들어서려면 일선 교육청에 설치된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이하 정화위)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정화위의 '고무줄 잣대'가 항상 문제가 되고 있다. 교육장 또는 학무국장이 위원장을 맡고 경찰서 방범과장, 시군 위생과장, 학교장, 학부모(9~15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산 신도시 학교앞 러브호텔이 말썽난 이후에는 시민단체 대표들을 위원으로 참여시키고 위원수도 15명까지 늘렸다. 하지만 각 교육청의 심의결과를 보면 학교에서 50m가 겨우 떨어진 곳의 유흥주점이나 나이트클럽은 해제되는가 하면 100여m나 떨어진 단란주점은 금지결정이 내려지는 등 일정한 기준이 없는 사례들을 수 없이 볼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국적으로 5만5천여곳의 유해업소들이 학교 바로 옆에서 버젓이 영업중이라고 한다. 학교보건법상의 예외규정을 심의하는 정화위원회가 유해업소를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하는데도 불구, 오히려 허가를 내주는 쪽으로 변질 운영되고 있는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번 분당구 야탑동의 초등학교 앞 룸살롱 허가만 해도 그렇다. 허가요건에 맞춰 영업면적을 축소 신청하자 분당구는 허가를 내줬고 나이트클럽도 곧 허가신청을 할 것이라 한다. 분당구청으로서는 교육청으로부터 정화구역이 해제됐으니 어쩔 도리가 없을 수 있다. 근본적으로 성남교육청의 정화위원회에서 이미 차단했어야 할 문제다.

주민들은 학교에서 불과 54m 떨어진 곳에 룸살롱과 나이트클럽이 정화위를 통과하자 위원회의 회의록 공개 등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고 한다. 주민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교육청이 회의록을 떳떳이 공개를 못하는 점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가장 비판받아야 할 것은 위원회 위원들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위원들의 주관적인 판단이라지만 누가 봐도 뻔한 위치의 유해업소를 해제해 준 것은 의심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학교주변의 정화는 교육청 정화위원들의 의지에 달려있다. 이번 기회에 교육청은 위원회가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