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사회가 도래하면서 웬만한 거래는 카드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직불카드 IC카드 전자지갑등이 통용되기 시작했고 대중교통수단도 카드만 있으면 탈 수 있다. 신용카드 거래가 주축인 신용사회에서는 은행에 가지 않고도 금융거래를 할 수 있고 현금사용에 따른 불편과 도난 등의 위험도 덜게 된다.

이같이 현금카드와 신용카드 보급과 이용이 늘면서 각종 거래가 그만큼 편리해졌으나 첨단기술과 기기를 이용한 새로운 법죄의 대상이 되고 있어 걱정이다. 이에 대한 대책과 수사는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부작용과 역기능도 커지고 있다. 분실 및 도난 카드의 부정사용, 유령 가맹점의 카드현금대출이나 매출전표 위조 변조 등 신용사회를 좀먹는 카드범죄가 늘어나는데다 최근에는 해외여행자 신용카드의 비밀번호를 알아내 예금을 빼내고 사지도 않은 물건대금의 결제를 요구하는 등 국제신용카드 사기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전국의 회원농협이 발급해준 현금카드의 비밀번호가 유출돼 고객돈이 자신도 모르게 몰래 빠져나가는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농협은 지난해 12월 26일 이전에 중앙회를 제외한 회원농협으로부터 발급받은 1천만장이 넘는 현금카드와 주류카드를 오는 25일까지 일제히 교체키로 했다. 비밀번호 유출로 금융기관의 고객카드를 전면 새로 교체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들어가는 비용만도 수십억 이상의 엄청난 금액이다. 농협은 지난해 11월부터 경기 서울 충청 일대에서 인출하지 않은 돈이 빠져나갔다는 고객들의 신고를 11차례 접수하고 현재까지 6천500만원에 이르는 고객돈이 불법 인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경찰에서 수사하고 있지만 사고지역이 전국에 걸쳐 있어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복제된 현금카드를 이용한 조직적인 범죄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범죄의 수법이나 유형이 첨단화하는데 비해 10여년 전에 개발된 현금카드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등 범죄를 예방하려는 일련의 조치들이 이를 뒤따르지 못하는 것이 한심스러울 뿐이다. 다른 은행들이라고 이같은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카드운용실태가 비슷할텐데도 고질적인 무사안일과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또다른 금융사고는 항상 도사리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카드관련 범죄를 막는 것은 신용사회의 기본질서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