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달러 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과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연이은 해명이 있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김 대통령은 14일 대국민성명을 통해 대북송금은 현대와 북한간의 상거래에서 발생한 일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성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5억달러가 대북경협사업의 댓가임을 강조한 뒤 “이것이 남북정상회담에도 일정부분 기여했다고 본다”며 대북송금과 정상회담의 연관성을 매우 모호하게 언급했을 뿐이다. 그리고 김 대통령과 정 회장은 국민이해를 구하는 것으로 진실 공개를 요구하는 여론을 외면했다.
대북송금 의혹 진실공개를 회피하는 두 사람의 태도는 두 가지 면에서 매우 잘못된 것이다. 먼저 두 사람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강조해 진실을 덮자고 하지만, 진정으로 정상적인 남북관계의 발전을 바란다면 오히려 진실을 있는 그대로 꺼내어 놓는 것이 올바른 역사인식일 것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들은 향후 남북대화나 경제협력이 투명하게 전개되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즉 지난날 처럼 밀실접촉에 의한 관계의 진전이 아니라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남북협력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는 요구다.
그러기 위해서 실체적 진실을 상당부분 드러난 과거의 잘못된 교류 관행에 대해 남북 당국자들의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새정부가 새로운 남북교류의 틀을 만들수 있도록 김 대통령과 정 회장은 과거의 초법적 대북접촉 관행을 털어내 주어야만 한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국론분열과 이로 인한 국민갈등을 수습하기 위해서도 두 사람의 진실 고백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여론과 그만 덮어야 한다는 여론이 맞부딪히면서 정치적 이념적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사태의 빌미를 제공한 최고 통치권자와 유력한 경제인이 이를 외면한다는 것은 역사앞에 무책임한 일이다. 온전히 진실을 밝히고 나서야 국민화합 차원의 이해를 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지난 14일은 금강산 육로관광길이 열린 역사적인 날이다. 그리고 16일 시범 관광단이 돌아왔다. 남북한 온 겨레가 화해와 협력, 나아가 통일의 희망을 되새겨야 할 그 날, 남쪽은 두 사람의 석연찮은 해명을 둘러싼 갈등을 겪어야 했으니 참담할 뿐이다. 남북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국민화합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도 진실이 필요한 때이다.
남북관계·국민화합 위해 고백하라
입력 2003-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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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1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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