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관통 서울외곽순환도로 등 표류하고 있는 국책사업들에 대해 '이대로 둘 수 없다'는 문제제기가 잇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연될수록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사업을 반대여론이 있다고 해서 엉거주춤 미뤄둘 수는 없다는 논리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이 지난 대선을 전후해 중단상태에 있는 사업들에 대해 사업재개를 촉구하고 나선 일이나, '의정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시민단체가 20일 외곽순환로 사패산터널 공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 정부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정부가 이러한 여론을 등에 업고 기존 방침대로 사업을 밀고 나갈 경우 사태는 한결 복잡해질 것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패산 터널만 하더라도 지난해 환경단체와 종교계의 극렬한 반대운동이 있었고, 이들의 논리엔 충분한 근거와 타당성이 엄연히 존재했다.

관통도로를 뚫을 경우 북한산의 환경과 생태가 망가질 수밖에 없다는 이들의 주장은 상당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6월 스님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삼보일배(三步一拜) 의식을 가진 것은 터널반대가 단순한 환경보호론이나 종교적 이해관계의 표현은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보여주었다. 다시말해, 공사중단의 이면에는 공사재개론 못지않은 사회적 동의가 존재했던 것이다. 이 또한 가볍게 무시될 수 없다.
 
국책사업을 시행하면서 처음부터 철저한 검증과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은 정부의 실책이다. 법적 절차와 규정을 준수했는지는 모르나, 현행 개발방식에 대해 국민의 불신이 얼마나 큰 지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기에 지금과 같은 표류상황이 빚어졌다는 지적마저 부인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제 와서 이를 탓하며 무조건 반대하거나 역으로 기왕 내려진 결정인만큼 강행해야 한다고 맞서는 것은 소모적인 대치를 연장시킬 뿐이다.
 
우리는 이제라도 외곽순환도로, 경부고속철 노선, 경인운하 등 표류하는 국책사업들에 대해 정부와 각계의 대표 및 전문가가 참가하는 대토론회를 열 것을 제안한다. 기왕의 전제와 과정에 발목잡히지 않고 제한없는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법적 절차'라는 좁은 틀에 매달려서는 폭력적 수단 외에 해법을 찾기 어렵다. 대토론회는 시대에 뒤떨어진 절차와 규정을 바로잡는 계기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