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대표로 구성해 운영되고 있는 경기도내 각 동사무소의 '주민자치위원회'가 정치권에 휘둘리면서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특히 내년도에 치러질 총선에 나설 예비주자들이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을 주민자치위원으로 위촉하는데 혈안이 되면서 주민자치위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민자치위는 지난 98년 기존의 읍·면·동을 주민자치센터로 전환하면서 각 동사무소가 운영하고 있는 그야말로 순수한 주민 자율단체다. 위원수는 15~25명 정도로 무보수 명예직인 주민대표로 구성돼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 구체적으로는 주민문화복지 향상과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주민참여의 활성화를 유도하고 주민의견을 수렴해 시책에 반영하는 일을 한다.
 
그런데 이처럼 순수해야할 주민자치위에 정치권의 음흉한 손길이 미치면서 본래의 모습에서 벗어나 특정 정당 정치인들의 하부조직으로 전락하고 있다. 주민자치위원 위촉과 위원장 선출 과정에 시·도의원과 정당 지구당위원장 등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내사람 심기'가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치권 인사들이 주민자치위에 깊이 간여하는 이유는 뻔하고도 자명하다. 차기 선거에서 기득권을 확보하고 활동영역을 넓히려는 속셈인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자치위를 정치권 인사들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추한 잡음이 외부까지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실제 도내 모 시에서는 정치권 인사들이 서로 자기 사람을 위원으로 위촉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추대가 아닌 투표를 통해 위원장을 뽑는 볼썽사나운 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내년도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도가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그동안 우리가 보아온 경험으로 미뤄볼때 정치귄이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주민자치위는 문자 그대로 주민편익을 위한 순수한 자율기관이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주민자치위 구성과 운영에 간섭해 자기 사람을 심어 놓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주민자치위는 주민들이 스스로 운영하도록 놔둬야 한다. 지방자치제가 올바르게 정착되기 위해서라도 주민자치위는 순수성을 지닌 주민 자율기구가 돼야 한다. 정부도 주민자치위가 정치권에 휘둘려 하부조직으로 전락한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