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급속히 나빠지면서 공장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5년 전 국제통화기금(IMF)관리시대의 망령이 떠올라 두렵기까지 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매물로 내놓은 유휴설비가 지난 1월에 281건이던 것이 3월에는 426건으로 무려 51%나 증가했다. 반면에 신설법인수는 크게 줄고 있다. 한국신용정보가 전국 7대 도시를 기준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 3월까지 새로 설립된 기업체수는 7917개로 지난 해 같은 기간의 1만67개에 비해 21%나 감소했다.

한편 금년 1분기의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규모도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48%나 감소했다. 신설법인수는 줄어드는 반면에 팔려고 내놓은 공장수는 급증하고.
 
한계기업이 문을 닫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최근 매물로 쏟아져 나오는 공장들 중에는 건실한 기업들이 많다. 내수와 수출이 동반하락을 하는 터에 SK사태 후 은행들이 부실을 우려, 여신한도와 무역금융한도를 한꺼번에 줄인 때문인데 문제는 현재의 경기침체가 예사롭지 않다는 점이다.

IMF때는 살인적인 고금리로 인해 경기가 양극화되어 그럭저럭 경제가 지탱되었으나 지금은 그나마 경제를 지탱할만한 버팀목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정부의 현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태도이다. 일전에 노무현 대통령은 향후 경제운영방안을 밝히면서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조윤제 경제보좌관도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산업생산지표는 그리 나쁘지 않다. 재계는 원래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한다.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대응해서는 않된다.〃며 여유를 부리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마치 기업들이 개혁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엄살을 떨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국내외경제 어디를 봐도 낙관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경제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판단된다. 경제가 어려우면 유동성이 취약한 중소기업들부터 직격탄을 맞고 그 여파가 타 경제부문으로 점차 확산된다.

더구나 경기가 일단 하강국면에 진입하면 그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처방시기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처럼 안이한 자세로 일관하는 한 기업들의 부도도미노현상은 예정될 수밖에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해서는 않된다.

현 상황을 IMF관리체제에 버금가는 위기상황이라 진단한 경제 5단체장들의 진단을 단순한 엄살로 치부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