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연금관리공단은 방송 광고를 통해 '노(老)테크'라는 신조어를 앞세워 안락한 노후를 위한 투자로 국민연금만 한 것이 없다고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연금재정 위기와 이에 따른 연금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실정에서 연금 제도에 대한 국민 불신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연금공단의 연금관리 실태를 보면 '노 테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악덕 기업주들의 연금 보험료 체납으로, 퇴직 근로자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최근 본보 보도(4월17일자)도 연금공단의 무책임한 연금관리 행태를 증명하는 대표적 사례다.

현재 국민연금보험 직장가입자의 경우 보험료를 회사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하고 있다. 대부분의 직장가입자들이 국민연금에 대해 갖고 있는 상식은 회사측과 절반씩 부담한 국민연금보험을 통해 은퇴 이후 혹은 사고로 퇴직했을 때 연금 또는 목돈으로 지급받는다는 정도다.

그러나 보험료 연체기간이 전체 납부기간의 3분의 1 이상일 경우 연금지급이 제한된다는 규정은 잘 모르고 있다. 문제는 봉급에서 원천징수되는 근로자의 보험료는 체납 가능성이 거의 없는 반면, 회사측의 보험료 체납여부가 잘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악덕기업주나 회사형편이 어려운 사주들은 이를 이용해 회사부담 보험료를 연체하거나, 아예 근로자로부터 원천징수한 보험료까지 떼먹고 장기 체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근로자들은 연금 지급 사유가 발생해도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연금공단이 체납업체에 대한 실태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물론 근로자, 즉 국민의 억울한 피해방지를 위한 제도마련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사에 피해사례로 오른 근로자들은 한결같이 회사와 연금공단에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악덕사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근로자나 노동조합에 보험료 납부 실태에 대한 정보 공개를 의무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사측의 보험료 체납사실과 이로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을 알려줌으로써, 근로자 스스로 자구 수단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연금지급이 불가능해진 근로자가 단 한 번도 이같은 위기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다면 이는 국민연금공단의 직무유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