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산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층간 소음에 시달리던 경기도 광주시 한 아파트 주민들에게 건축주가 보수비용을 배상하도록 결정한 것은 당연한 조치이다.

그동안 아파트 주민이 당했던 고통을 생각한다면 아파트 층간 소음에 대한 건축주 책임을 처음 인정했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아파트 주민들이 겪고 있는 피해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윗층과 아랫층 사이에 일단 소음 시비가 벌어지면 이웃 관계가 서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다. 말다툼은 물론 폭력사태를 거쳐 송사로 번지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이에 따른 정신적 고통 또한 심각할 수 밖에 없다.

층간 소음 문제는 가뜩이나 삭막한 아파트 공동체를 결정적으로 붕괴시키는 주요 원인인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에게의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도로 보장해 줄 의무가 있는 정부는 느슨한 소음규제로 이를 외면했고, 건축주는 비용절감을 이유로 입주민이 겪게 될 층간 소음 방지를 외면해 온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책임을 져야 할 정부와 건축주는 뒤로 빠진채 공동의 피해자인 주민들끼리 시비를 다투고 있는 셈이니 본말의 전도가 이처럼 심각한 사례도 없다.
 
정부는 최근에야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아파트 바닥충격음의 기준을 경량 58dB, 중량 50dB로 정하고 이를 내년 4월 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전국 공동주택 580만 가구의 53%가 이 기준을 초과한다니 기가 막힌다. 조정위의 이번 판결로 유사 사례에 대한 '배상 대란'이 일어날 것은 당연하다.

주택건설 업체들은 이와관련 내년부터 적용될 층간소음 기준이나 주택도시연구원의 재작년 보고서를 기준을 소급적용해 배상을 결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발하는 모양이다. 규정에 맞게 지었는데 무슨 소리냐는 항변이다. 그러나 이는 주거 안정성을 보장해야 할 건축주들의 변명으로서는 너무 비양심적이다. 그들이 분양광고에 쏟아 붓는 돈만 절약해도 층간 소음을 줄일 수 있는 비용이 나올 것이다.
 
주택공급이 정부의 정책이라면 그것은 양질의 주택공급이어야 한다. 국민 삶의 질 보다는 과제 달성에 집착하는 행정 위주의 정책은 결국 어느 시점에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비단 층간소음 문제만이 아니라 앞으로 아파트 관련 민원은 줄줄이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이번 배상 결정이 갖는 의미를 숙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