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선 지방발전-후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직접 규제 방식이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지, 아니면 기업에 제약만 줘서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인지 과학적·실증적으로 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수도권 분산과 국가균형발전의 질서를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표 경제부총리도 얼마전 인천을 방문해 “수도권 규제정책은 지난 수십년간 수도권 기업을 지방으로 몰아내는 식이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수도권 규제완화를 약속했다.
 
노 대통령과 김 부총리의 수도권 규제 정책에 대한 이같은 인식과 해결 방안은 매우 합리적이고 타당하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특히 수도권 성장관리 권역내 국내 첨단기업 공장의 증설한도를 기존 공장의 25~50%에서 100%로 늘리기로 하는 등 후속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동안 공장 증설에 애를 먹던 삼성전자 기흥공장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숨통이 터진 것이다. 이와함께 올해말 까지 수도권내 산업단지 입주계약을 체결하는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공장 신·증설 규제를 없애겠다고 한 것도 괄목할 만한 조치로 평가할 만 하다.
 
그동안 우리는 수도권에 대한 규제 강화를 통해 지방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국토균형발전 논리의 허구성을 끊임없이 지적한 바 있다. 국가경쟁력의 현실적인 토대인 수도권의 숨통을 조여야 한다는 국토균형발전론에 기계적으로 집착하면 국가경쟁력 약화는 물론 지방발전도 무산되는 결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십년간의 수도권 규제 결과 대기업과 유망중소기업은 외국으로 진출하고 수도권은 무등록 공장 천국으로 변모한 실정이다. 반면 외국자본 유치는 지지부진하다. 그 결과 인천시의 경우 모 종합대학이 관내 고용효과 3위에 올라있을 정도다. 그만큼 고용을 창출할 기업과 공장이 없다는 반증이다.
 
수도권의 국가경쟁력을 고사시켜 비수도권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방발전 논리는 이제 자제되어야 한다. 문제는 노 대통령의 수도권 규제정책에 대한 과학적 검증 지시가 제대로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는 점이다.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나 정치권 인사들은 여전히 지방발전을 위한 수도권 규제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각 지방자치단체는 정부의 수도권규제 정책 변화를 계기로 진정한 의미에서 새로운 국토균형개발 전략을 수립하는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