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 모든 국민들은 한미 정상회담과 화물연대 파업 때문에 가슴을 졸여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진표 부총리가 슬그머니 금년도 경제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3%대 성장률을 운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경제의 상태를 보여주는 대내외 모든 지표들 이 '빨간 불'로 바뀐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경상수지는 몇 개월째 적자행진중인데 특히 3월의 적자폭은 외환위기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내수도 심각하다. 투자가 지지부진한데다 민간소비는 점차 위축되어 저소득경제권부터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재고가 급증하고 공장 매물도 넘쳐나고 있다.

해마다 증가했던 서비스업 생산이 3월에는 조사 시작 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0.3%를 기록했다. 대도시 주변의 저소득지역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등 '생계형 연체'도 급증하여 은행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주요기업 53개 업체의 평균 취업경쟁률은 지난 해 상반기에는 75대 1이었으나 금년에는 83대 1을 기록하는 등 고용대란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투자처를 못찾은 380조원의 부동자금 때문에 경제는 여전히 불안하다.
 
금융권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장기적 경기부진과 한도축소 등의 영향으로 카드업계의 3월말 현재 연체금액이 11조3천억원에 달해 태풍일보 직전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은행과 카드사 등이 발행한 금융채 발행잔액은 3월말 현재 107조4천억 원인데 이중 절반 이상이 만기 1년 이하의 단기채무로 이잰 은행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차례이다.
 
한국경제가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대외적으로는 세계경제 위축에 따른 세계교역량 감소와 북핵문제 때문이다. 대내적으론 노사관계 및 금융시장 불안과 사스(SARS) 그리고 정부의 뚜렷한 경제비전 부재 등 때문이다.

전세계적인 디플레가 우려되는 와중에서 공산품의 세계적 공급과잉이 지속되어 수출의 획기적인 증가는 어렵다. 현 상황에서는 투자와 소비진작이 상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안심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여건조성과 지원이 시급하다. 기업의 사기진작이 최우선이다.

얼어붙은 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특소세 인하 등 경기부양도 서둘러야 한다. 콜금리 인하 만으론 역부족이다. 경제가 이 지경인데 여당은 신당 타령만 할 것인가.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여당은 경제살리기에 팔을 걷어 부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