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화성시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화성시가 도저히 허가를 내줄 수 없는 처지에서 레미콘 공장 설립을 허가해주었다는 본보의 잇단 보도에 따라 감사에 착수한 것이다. 경기도는 이번 기회에 그동안 수시로 제기됐던 지방자치단체의 특혜 행정 의혹을 일소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각오로 감사에 임하기 바란다.
 
화성시가 2개 레미콘 공장 설립허가를 내준 과정을 보면 과연 자치단체 행정이 이런 수준에 머물러도 되는가 싶은 정도로 시종일관 의혹으로 점철되어 있다. 먼저 시가 2001년 3천만원의 연구용역 예산을 들여 개정한 '공장입지제한처리기준안'을 슬그머니 바꿔 레미콘 공장 설립용으로 변경한 부분이다.

당초 개정안은 집단생활근거지로 부터 직선거리 2㎞ 이내에 레미콘공장 설립을 규제하고, 주거안정성을 해칠 경우 허가를 규제하는 등 강력한 기준을 담고 있었다. 주민의견을 수렴한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마련한 기준인 만큼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그러나 화성시는 정작 2002년 이 기준을 고시하면서 레미콘 공장의 입지 조건에 대해 직선거리는 1.5㎞로, 주거안정 관련 규정은 공무원의 판단에 맡기는 쪽으로 변경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주민의 삶의 질과 난개발 방지를 위해 예산을 들여 마련한 '기준'이 갑자기 레미콘 공장 허가 용도에 맞게 변경됐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지만 이 뿐 아니다. 특정 레미콘 공장 허가를 위해 농지전용허가 기준을 완화했다거나, 시공무원들이 조작된 지적도면으로 공장을 허가했다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의혹들이 도처에 널려있는 실정이다.

또한 설립 허가가 난 레미콘 공장들이 지역 유관단체장이 운영중이거나 시청 퇴직공무원이 근무하던 사업장이라는 점도 특혜 허가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가관인 것은 담당부서라 할 수 있는 시 산업경제국장 조차도 '공장입지제한처리기준'이 변경된 사실을 몰랐다고 고백한 부분이다. 도대체 시청 고위공무원도 모르는 도깨비 행정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화성시의 레미콘 공장 특혜 허가 의혹은 조례를 무차별적으로 개정하는 등 그동안 거론됐던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특혜 행정 의혹과는 질적으로 다른 점이 많다. 화성시에 대한 경기도의 감사가 주목을 끄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의혹 전반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투명한 행정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디딤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