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사진 한 장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평택항운노조의 작업거부로 수출용 자동차들이 선적되지 못한 채 평택항 부두를 가득 메우고 있는 사진(본보 20일자 1면)이다. 화물연대의 운행거부로 부산항이 마비됐던 게 언제라고 또 이러는가 싶다.
멈춰 선 평택항의 사진은 조흥은행 노조의 파업 광경과도 겹쳐지면서 한국경제에 드리운 암울한 먹구름의 실체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렇듯 마구잡이로 터져나오는 집단의 힘 과시가 초래할 결과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감추기 어렵다.
평택항은 지난 18일부터 20일 오전까지 3일 반나절 동안 파행운영을 면치 못했다. 노조집행부가 35명을 신규채용한 데 반발해 노조원들이 작업거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노조원들은 “인사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임용은 무효”라고 주장했고, 집행부는 “공정·적법한 절치에 따른 채용”이라며 맞섰다. 그나마 양측이 신규인력의 작업투입 유보에 합의함으로써 20일 오후 1시부터는 조업이 재개돼 다행이다.
우리는 어느 쪽의 주장이 정당했는지 판결을 내릴 위치에 있지 않다. 다만, 노조 내부의 갈등이 부두기능을 볼모로 꼭 이런 식으로 표출됐어야 했인지는 강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자체적으로 풀어야 하고, 대화로 얼마든지 해결가능한 문제를 수출 차질까지 빚으면서 힘으로 해결하려는 발상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20일 오전까지 평택항에는 이미 선적됐어야 할 자동차 3천여대가 그대로 묶여 있었다. 조업거부가 2~3일 계속됐더라면 자동차업체는 생산라인마저 가동을 멈춰야 할 지경이었다. 평택항은 노조의 것이 아니다. 도민 모두가 힘을 합쳐 동북아 허브항으로 키워나가야 할 중요한 국가기간 시설이다. 계속 뻗어나가야 할 신생 평택항의 이미지 실추시키는 행위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평택항운노조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노조원들로서는 자신들의 의사를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이 이같은 작업거부 밖에 없고, 부두에서는 가장 첨예한 문제인 인력수급에 있어서 잘못된 관행을 용인해서는 안된다는 명분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대화로 풀어야 하는 문제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 가뜩이나 노동계의 하투(夏鬪)가 심상치 않아 온 국민이 우려하고 있는 시점이다. 기능이 마비된 평택항과 같은 사진은 정말 더이상 보고싶지 않다.
평택항, 정상화는 됐지만···
입력 2003-06-21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3-06-21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
-
투표진행중 2024-11-22 종료
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유죄가 최종 확정된다면 국회의원직을 잃고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됩니다. 법원 판결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