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그룹의 관악골프장 인수 과정에 대한 시비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신안 측의 기업 인수 방법이 일반의 상식을 뛰어넘는 등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안그룹의 박순석 회장은 경쟁입찰을 통해 관악골프장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기자본으로 부채를 일시에 상환하겠다는 입찰제안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즉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를 자기돈으로 일괄 변제하겠다고 약속한 셈이다.

그런데 신안 측은 인수기업인 관악골프장 회원들을 상대로 기업어음(CP)을 발행해 760억원을 거둬 318억원을 부채 상환에 사용했다. 그리고 CP를 매입한 회원에 대해서는 특별회원으로 우대하는 특혜를 주었다.

결국 신안 측은 초기 투자비용을 한푼 들이지 않고 관악골프장을 매입하는 특별한 수완을 발휘한 것이다. 이는 인수대상 기업 명의로 빚을 얻어 그 기업을 인수한 꼴이니 이런 식의 기업인수가 가능하다면 현행법은 문제가 있다. 신안의 관악골프장 인수 방식이 경영책임과 상관없는 기업사냥의 성공적인 사례가 될까 걱정이다.

신안 측이 초기 투자 없이 알짜 사업체를 소유한 반면 관악골프장의 기존회원들은 CP를 매입해 특별회원이 되든지 아니면 차별대우를 감수해야 하는 선택을 강요받는 비상식적인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결국 상당수 회원들이 신안그룹이 보증을 선 관악골프장 CP를 매입하기에 이르렀고, 신안측은 앞으로도 회원들을 대상으로 CP 발행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한다.

CP를 구입한 회원들도 문제는 있다. 특별회원이 받는 우대가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도 500명 이상이 1억~2억원대의 CP를 매입했다니 서민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다. 신안 측의 무리한 자금조달방안에 전체 회원들과 함께 대응했어야 함에도 특별한 대접을 받기 위해 거액을 들여 다른 회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데 동참한 셈이 됐다.

관악골프장 측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나, 기업주는 도덕성을 기반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한편 공익을 구현해야 한다. 기업인의 윤리가 무너지면 그 피해는 소비자와 전체 사회에 미치기 때문이다. 관악골프장 인수과정에서 신안그룹이 빚어낸 소란을 지켜보면 척박한 기업 윤리와 우리 사회의 특권의식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정말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는 것인지 지켜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