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주체들 서로간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는 파업을 들먹이며 으름장을 놓고 있고 정부는 노와 사 모두가 야속하기만 하다. 사측 또한 나름대로 노조와 정부에 대해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그 와중에서 국부(國富)의 해외유출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김대중 정부시절에 해외로 유출된 국부는 약 121조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런데 참여정부의 등장 이래 경제주체들간의 이전투구가 계속되면서 국부유출압력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국내기업들의 해외투자건수는 98년 370건에서 2002년에는 1200 여건으로 4년만에 3.3배나 격증했다. 더구나 지난 5월 대한상의가 213곳의 제조업체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78%가 이미 공장을 해외로 이전했거나 조만간 이전할 계획임을 밝혀 충격을 주었다. 반면에 외국인 직접투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축소되고 있어 제조업공동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고급두뇌의 해외유출도 심각하다. 스위스 국제경영연구원(IMD)의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두뇌유출지수는 97년 6.94에서 지난해에는 4.11로 크게 떨어졌는데 최근에는 이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해외 유학생들의 졸업 후 귀국자수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성과급제 등으로 근무환경이 열악해진 때문인데 설상가상으로 이공계 인력공급부족까지 가세해 지식기반경제의 기틀마저 흔들리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자본의 해외도피도 점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맨해튼 한인타운의 40여 부동산중개업체들은 한국에서 주택구입문의가 점증하면서 한층 분주하다. 현지의 모 부동산의 한 여직원은 〃요즘에는 일손이 부족할 정도로 한국에서 부동산 구입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시중의 단기부동자금은 지난 5년간 2배 이상이나 늘어 총 688조 원에 이른다. 기업들 또한 30조 원의 현찰을 속절없이 금고 속에 넣어만 두고 있다. 실질금리가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마저 없다면 부동자금의 해외 러쉬(rush)도 불문가지이다.
이해집단들이 목청을 높이고 있는 사이 국부는 조용히 이 나라를 빠져나가고 있다. 공장도 떠나고, 고급두뇌도 떠나고 있는 터에 돈 마저 떠나나다면 어찌되겠는가. 더 이상의 국부유출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국부유출의 원인 규명 및 적절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국부(國富)유출을 주목하자
입력 2003-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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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0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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