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에이즈(AIDS)라 불리는 재선충(材線蟲)이 남부지방으로부터 북상해 수도권 지역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학계에서는 재선충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자칫 국내에서는 더 이상 소나무를 구경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우리를 섬뜩하게 한다. 재선충이란 실처럼 가느다란 선충의 일종으로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한데다 소나무의 수지세포(樹脂細胞)를 파괴함으로써 나무를 아예 고사(枯死)시키는 무서운 병이다.
지난 88년 이미 부산 금정산에서 발생해 15년간에 걸쳐 남부지방에만 수십만 그루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60~70년대 전국을 휩쓴 솔잎혹파리병보다도 오히려 파괴력이 있는 것으로 학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소나무에는 치명적인 재선충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여름철 행락객이 늘어 남북간의 인구이동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감염된 소나무들이 경기 인천지역으로 반입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어 우려되는 바가 크다.
산림청임업연구원 통계에 의하면 재선충으로 인한 소나무의 피해면적이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로 99년 356㏊(2만5천 그루)에서 2000년 1천677㏊, 2001년 2천575㏊(7만 그루), 지난해에는 무려 3천181㏊(11만5천 그루)여서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림청도 이에 따라 재선충의 북상을 막기 위해 올해 소나무재선충병 박멸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조기발견에 투입되는 인력인 예찰전담조사원을 46명에서 74명으로 늘리는 한편 재선충 발생지역 외곽 4㎞ 지점에 지지선을 구축, 특별관리하는 등의 대책을 세우고는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산림자원은 예로부터 대기오염 정화기능과 수자원 저장 또는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산불과 같은 한 순간의 실수가 불러온 피해 등을 해마다 겪어온데다 여기에 재선충마저 번져 산림을 잃어간다면 보통 큰 문제가 아니다.
산림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닌 만큼 긴밀하게 공조해 미리 주의보 등을 내려 주민들에게도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총력 대응방안을 마련할 때다. 숲은 우리 뿐 아니라 인류의 소중한 자산이다. 묘목을 심어 오랜 세월 가꾸는 것 못지 않게 각종 해충으로부터 나무를 보호하는 습관을 생활화해야 할 것이다.
재선충 확산, 남의 일이 아니다
입력 2003-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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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1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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