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에게 매를 맞거나 정신적 괴롭힘을 당하는 노인들이 3명중 1명에 이른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충격이다. 힘 없는 노인들이 자녀들에게 신체적 학대를 당한다는 사례가 간혹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는 했으나 이런 노인들이 3명중 1명을 넘는다니 놀라울 뿐이다. 부모를 매질하고 내쫓는 일은 짐승이나 할 짓이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한때 중국으로부터 동방예의지국으로 칭송받고, 부모 부양을 자식의 도리로 알고 행했던 효의 나라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본보는 1일자 사회면을 통해 이런 충격적인 사실을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특히 가해자의 45%는 아들이고, 30%는 며느리로 밝혀졌다는 가해자 통계도 곁들였다. 한 할머니의 서글픈 사연은 민망할 정도다. 2년 전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하게 되자 자녀들은 돌아가며 모시기로 했지만 이내 서로 떠넘기는 바람에 할머니는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됐다. 택시기사의 손에 다른 형제의 주소가 적힌 종이 쪽지 한장만 쥐어준 채 짐짝처럼 내돌려졌고, 결국 할머니는 택시기사의 손에 이끌려 파출소로 인도됐다. 수원의 한 할아버지는 노후생활이 지옥이고, 절망이라며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한탄하고 있다. 평생 어렵게 모은 재산을 나눠주자 이후 자식들은 서로 부양을 미뤄 역시 오갈데 없는 처지가 됐다. 그런데도 할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차마 그럴 수 없다'며 부양비 청구소송을 마다하고 있다. 며느리에게 수시로 맞다가 주변 사람들에 의해 구제된 할머니의 서글픈 사연도 있다.
이런 사례가 도내에서만 올 상반기중 1천건이 넘게 관계기관에 접수됐다.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복지 관계자들은 노인들 상당수가 학대받는 사실을 숨기려 하기 때문에 실제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는 추측조차 어렵다고 한다. 우리는 한때 멀쩡하게 살아있는 노인들을 산에 버리는 이른바 '고려장'이 행해졌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부모를 정성껏 모시지는 못할 망정 정신적으로 괴롭히고 폭력까지 행사하다 끝내 내쫓는 일이 다반사라면 우리의 가정은 물론 사회도, 국가도 미래가 있을 수 없다.
현대판 고려장이 더 이상 번지는 일을 막는 일은 어떠한 국책사업보다 시급하고, 또 너나 없이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할 국가적 명운이 달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노인이 학대받는 사회
입력 2003-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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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0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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