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휴가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며칠째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고속도로는 피서차량들로, 전국의 산과 바다는 피서객들로 혼잡스럽다. 뿐만 아니다. 공항 출국장은 해외로 피서를 떠나는 인파 때문에 북새통이다. 즐거운 휴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문제는 해외여행의 후유증이다.

한국은행과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극심한 경기침체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파동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동안 내국인들이 해외여행으로 뿌린 돈이 36억6천94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 기간 중에 외국인들이 국내에 들어와 쓴 돈은 22억6천27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6%나 감소했다.

따라서 올 상반기 중 일반여행수지 적자액은 14억670만달러로 반기기준으로 사상최고를 기록했던 지난해 하반기(7~12월)보다 적자규모가 3천750만달러나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동안 해외골프 여행객수가 5만3천8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5%나 증가, 사상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중 해외 여행자들의 1인당 평균소비액은 1천265달러로 지난해 평균(1천127 달러)보다 12.2% 증가, 해외에서의 돈 씀씀이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금년도 여행수지적자는 과거기록을 또 한번 경신, 경상수지를 크게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상수지가 비록 2개월째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편하지만은 않다. 무역수지 흑자폭은 6월보다 3분의2 이상 줄어들었고 서비스수지, 소득수지, 경상이전수지는 줄줄이 적자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1년6개월 동안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터에 국제환투기자금까지 몰려들어 원화가치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도소매판매가 5개월째 하락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와중에 정부와 여당은 갈팡질팡해 경제주체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특별소비세의 인하에도 불구하고 자린고비식 소비 때문에 경기회복 징후가 발견되지 않는데 해외에서는 졸부들처럼 외화를 펑펑 써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런 식의 소비패턴은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외환위기 때에는 부유층의 소비 때문에 그나마 내수경기를 지탱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압구정동의 명품거리마저 한산하다. 가진 자들이 국내가 아닌 외국에서 소비를 늘리는 것을 정부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