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이다. 월요일 이른 아침, 뉴스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눈과 귀를 의심했다. 그만큼 정몽헌 회장의 죽음이 재계는 물론 국민들에게 준 충격이 크다. 정 회장이 자살을 선택한 이유나 원인은 그의 유서나 경찰의 조사에 의해 차차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 몸소 나섰던 고 정주영 회장과 함께 그의 이름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고인에게 삼가 애도를 표하며,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뜻을 전한다.
 
남은 문제는 정 회장의 자살이 가져온 충격을 어떻게 우리사회와 국민들이 교훈으로 삼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다 아는 바와 같이 현대는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건설 등 대북투자 사업에 전력을 기울여 왔다. 전쟁보다는 평화를, 파괴보다는 건설을, 증오보다는 신뢰회복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해왔다. 소 떼를 몰고 방북하던 선친의 뒤를 이어, 정회장은 금강산 관광 사업을 통해 남북간 화해와 동포애의 디딤돌을 마련해왔다. 금강산에 자신의 '유분을 뿌려 달라'는 마지막 유언은 결코 남북관련사업이 돈만을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니었음을 뜻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대북사업의 추진과정과 비자금 문제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고 있었다. 검찰의 조사와 죽음의 어떤 관계가 있는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정 회장의 죽음과 관련할 때 이제는 옛말이 되어버렸지만 왜 우리는 국익과 공익 그리고 사익을 구별하지 못하는가 하는 자탄이 나온다.

국가의 장래와 통일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사업에 대해 실정법의 잣대로 헤집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미래의 역사는 현실의 축적이 아니라 대담한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하는데서 발전한다는 점을 우리들은 잊고 있다. 햇볕정책과 대북투자사업은 대통령의 통치행위인가 여부와 그를 인정할 것인가를 넘는 차원의 문제였다. 그런데도 때로는 정치적으로 그리고 때로는 실정법위반의 혐의로 남북관계를 뒤흔들어 댔다.
 
하지만 우리의 민족적 과제가 통일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비상하는 중국과 주변국가에 맞서 한민족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은 남북간 상호협력뿐이다. 이것은 정 회장의 죽음이 남북한 관계에 악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당연히 남북관련사업들도 국익의 차원에서 원만하게 수습되도록 해야 한다.

정 회장의 죽음은 분명 분단시대가 가져온 또 하나의 비극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남북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 모두가 고뇌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