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긴급체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이다. 물론 검찰의 영장청구에 대해 법원이 어떠한 판단을 내릴 것인가는 알 수 없다. 권씨의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법원의 영장기각을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권씨의 긴급체포를 보는 국민들의 여론은 만만치 않다. 정몽헌 현대아산회장의 죽음 뒤에 터져 나온 시기적 요소와 함께 집권당이 현대의 대북사업을 정치자금의 원천으로 삼은데 대한 분노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DJ의 영원한 비서로 살아온 그이기에 행보와 몸짓 하나가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의 관심사다. 물론 검찰이 전체적인 수사내용을 발표하지 않았고, 실체적 진실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책임이기에 앞날을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 회장의 죽음으로 팽배해진 정치권에 대한 극도의 불신의 와중에서 터져 나온 현대의 비자금 문제는 커다란 파괴력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충격의 정도는 비자금의 성격과 사용처에 따라 달라질 문제다. 현재로서는 특가법상의 알선수재의 대상인지 정치자금인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돈의 사용처와 흐름에 관여한 사람이나 민주당은 신주류이든 구주류이든 큰 상처를 입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 국민들의 관심사는 돈을 건넨 현대 측이 어떤 목적으로 주었던가에 있지 않다. 그것이 햇볕정책의 추진과정에서 파생한 것인지, 현대가 남북경협에서 독점하기 위해 쓴 비용인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다. 오히려 국민들은 깨끗한 선거와 공정한 선거를 내세우며, 선거공영제도와 정당국고보조제도를 제도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부패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대해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작년 한해 우리 나라의 정당 수입 2천900여억원 가운데 보조금이 1천100여억원이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돈이 되는 곳이면 어디든지 손을 뻗치는 정치권의 파렴치함에 치를 떨고 있다.

또한 정치권의 이런 행태가 현대뿐일까 하는 차가운 시선이 검찰 수사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민주당과 정치권은 물론 내년 총선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서둘러 알선수재 혐의를 부인하거나 정치자금의 공소시효 운운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정치자금이 준조세를 넘어 정치부패의 중심에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국민들이 정치권에 대해 갖고 있는 극도의 혐오감을 걷어내기 위해서도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