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공기업의 하나인 한국토지공사(이하 토공)도 분식회계를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건교위 조정무 의원에 따르면 토공이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은채 대차대조표상 사후처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우발이득은 계상하고, 우발채무는 포함시키지 않는 부적정한 회계처리로 분식회계를 함으로써 매년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경영성과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물론 조 의원의 자료에 나타난 것이지만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공기업으로서의 도덕성에 상처를 입을 것임에 틀림없다.

분식회계란 기업이 고의로 자산이나 이익 등을 크게 부풀리고 부채를 적게 계상함으로써 재무상태나 경영성과를 조작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동안 우리는 한보 대우 등에 이어 SK그룹 등 재벌기업들이 분식회계로 인한 부실경영으로 쓰러졌음을 목격했다.

얼마전 SK글로벌은 외상 매입대금에 대해 은행이 대납한 것을 누락시키고 수출대금을 허위로 조작해서 매출을 늘리는가 하면 없는 재고를 있는 것처럼 자산을 엉터리로 늘리는 고전적인 분식회계 수법으로 적자 기업을 1조5천억원 이상의 흑자 기업으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조 의원은 자료에서 지난 98년부터 2000년까지 토공이 결산서상 토지매매와 관련없는 미수금에 대해서는 대손충당금을 설정했으나 토지매매와 관련된 미수금 및 미수수익에 대해서는 이를 설정하지 않아 장부상 자산을 부풀리고 비용은 낮추는 방법으로 경영성과를 왜곡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토공측은 이에 대해 회계규칙규정의 위반은 시인하면서도 분식규모에 대해서는 계산방식 등의 문제를 들어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회계법인의 철저한 실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토공이 IMF 이후인 지난 98~99년 자금난을 겪고있는 기업을 돕기 위해 2조6천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가 토지매각 지연 등으로 1조원 안팎의 손실을 가져와 정책적 부실을 떠안은 것은 인정한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국민의 공기업인 토공이 분식회계의혹에 휘말린다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관치금융의 유산으로 매출이나 순이익이 많으면 우량기업으로 대접받아 은행돈을 싼 이자로 쉽게 빌려 쓸 수 있기 때문에 분식회계는 관행으로 굳어져왔던 게 사실이지만 일반기업들과 똑같은 행태를 보인다면 곤란하다. 토공은 공기업으로서 정직한 기업, 투명한 기업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