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강력한 주택시장 안정 대책을 추진하면서 그 파장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의 보도나 국민의 관심이 부동산 1가구 다주택 보유자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 등 주택가격에 직접 상관이 있는 세제·금융 분야에 쏠리다 보니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가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다. 주택 500만호 건설 계획이 그것이다. 정부는 지난번 '10·29 주택시장안정 종합대책'에서 첫번째 대책으로 2012년까지 주택 500만호를 건설해 전국 주택보급률을 11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중 300만호를 수도권에 건설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선 정부 정책의 졸속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주택 300만호는 분당신도시 30개를 만들수 있는 초거대 건설 계획이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안정을 위한 여러 대책 중 하나로 발표할 성질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이를 수용해야 할 수도권 지자체들과 사전에 긴밀한 협의를 거친뒤 발표됐어야 한다. 특히 수도권 물량 300만호 중 적어도 200만호를 감당해야 할 경기도는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에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친환경적인 자족도시 건설을 위해 '대도시권성장관리 계획'에 대한 용역을 진행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느닷없이 대규모 주택공급 정책을 발표했으니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수도권 300만호 건설계획은 최근 정부가 강력하게 입법을 추진중인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도 앞뒤가 안맞는다. 이법을 통해 수도권 기업과 대학, 관공서의 지방 이전을 지원하겠다는 정부가 수도권에 300만호를 짓겠다니 그렇다. 일자리와 학생을 줄이겠다면서 대규모 주거단지를 만들겠다니 이해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더군다나 수도권 교통난 완화를 위한 도로 정비 예산을 모두 균형발전특별회계로 옮기겠다고 하면서 300만호를 감당할 사회적 인프라는 무슨 수로 감당할지 의문이다. 당연히 난개발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틈만 나면 지방자치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함께 지방분권특별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지역은 수정법 등 각종 규제를 통해 정부가 토지이용계획을 통제함으로써 독자적인 발전 전략을 세우기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균형발전특별법으로는 역차별 당하고 지방분권특별법에서는 소외당할 것이라는 걱정이 이번 300만호 주택공급 대책으로 기우가 아닌 것으로 밝혀진 셈이다.
수도권 난개발 초래할 300백만호
입력 2003-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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