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의 날'(11일)을 맞는 농민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반면 아라비아 숫자 모양에 착안, 이날을 '빼빼로 데이'로 정해 요란을 떨고 있는 유통업자들은 과자류의 매출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작황부진에 판로마저 여의치 않은 농업계는 불황속에서도 매출특수를 누리고 있는 유통업계를 부럽게 바라보며 한숨짓고 있다.

우리 농촌은 올해 이상기후와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그 어느때보다 힘겨운 한해를 보냈다. 농민들과 농업단체, 유관기관들은 이같은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으나 소비자들의 무관심으로 '나홀로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실망만 더 커지고 있다. 판로마저 여의치 않은 국내 계육농가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농림부는 지난 9월 9일을 '구구(닭의 소리 형태)데이'로 지정, 대대적 판촉활동에 나섰으나 소비는 크게 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10월24일을 택해 사과(Apple)로 사과(Sorry)를 하자는 '사과농가 살리기 운동'도 일부기관의 단발성행사에 그쳤다. 지자체와 농어민단체 등이 농가들을 도우려 마련한 여러 '데이' 판촉전도 대부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8월 18일인 '쌀 데이', 5월 2일인 '오이데이', 3월 3일인 '삼겹살 데이' 등은 모두 농민들을 돕기위한 기획행사지만 행사 자체에 의미를 두는 정도에 그쳤다는 평이다.

이에 반해 11일을 빼빼로데이로 정해 과자류에 대한 대대적 판촉활동에 나선 제조·유통업계는 즐거운 비명이다. 이달들어 과자류 매출이 평소보다 30% 이상 급증했기 때문이다. 대형할인점 및 백화점은 이달초 빼빼로 특판매대를 마련했고, 모 제과 등 관련 제조업체는 기본제품에 인형과 필통 등을 더한 기획세트를 준비, 판촉에 열중하고 있다. 특히 빼빼로의 원조격인 모 제과는 다양한 사은행사 및 기획상품전을 마련, 매출 500억원 돌파를 자신하고 있다고 한다. 빼빼로데이의 여진(餘震)으로 초콜렛이나 사탕류까지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11일을 맞는 유통업계의 활기찬 활력과는 전혀 다른 농민들의 침통한 표정은 우리 농촌이 처한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겠다. 우리 농촌이 이처럼 무기력해서는 조국의 앞날도 결코 밝을 수 없다. 빼빼로데이만은 못하더라도 농촌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참신한 기획과 범국민적 농촌돕기 풍조가 못내 아쉽기만 하다.